한국일보

청춘스타에서 개성파 연기로 거듭난 존 트라볼타

2001-06-15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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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트라볼타. 이 마흔일곱의 아저씨 배우는 헐리우드 스타 중에서도 평범하지 않은 이력을 가졌다. 흔히 스타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꾸준한 인기와 함께 성장하거나 아니면 한때 반짝하고 사라져 버리는 두가지 부류로 나눌 때 그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70년대 후반 ‘토요일 밤의 열기(Saturday night fever)’로 떠오른 그의 인기는 영화제목 만큼이나 과히 폭발적인 열기였다. 그는 미국 대중문화의 살아있는 아이콘이었다. 하지만 얼마가지 못했다. 그리고 별 볼일 없는 영화들로 잊혀질 만한 80년대 후반 ‘마이키 이야기(Look who’s talking)’로 "아직 살아있어요!"하고 외치더니, 94년 ‘펄프픽션(Pulp Fiction)’과 함께 연예계 사상 가장 화려한 컴백으로 확고부동한 빅스타가 되었다.

각진 얼굴에 아무리 봐도 잘생긴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귀티가 나는 것 같지도 않은 이 배우가 70년대 문화적 페노메논이었다고 하면, 2000년대 젊은 세대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지 않을까. 하지만 그가 ‘토요일 밤의 열기’에서 "젊음이란 이런거야!"라며 보여준 활기찬 생명력과 섹시한 춤솜씨는 뭇여성들의 숨을 넘어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답답한 세상에 대항하는 방법으로 춤을 선택한 영화 속의 트라볼타처럼 전 세계의 젊은이들은 디스코로 그들의 공허한 마음을 달랬고, 하얀 폴레에스터 수트를 입고 디스코를 추는 트라볼타는 최고의 우상이었다. 78년 올리비아 뉴튼 존과 공연한 ‘그리스(Grease)’는 그런 그의 인기에 쐐기를 박아주는 듯 했다.


그러나 화려한 날은 잠깐. 너무 일찍 엄청난 인기를 맛본 탓인지 청춘스타로서의 이미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일순간에 인기의 거품은 사라져버렸고 흘러간 옛 스타가 되어버렸다. ‘사관과 신사’의 주연을 거절하면서까지 출연한 ‘토요일밤..’의 속편 ‘스테잉 얼라이브(Staying alive)’와, 옛 영광을 재현해보고자 올리비아 뉴튼 존과 다시 뭉친 ‘투 오브 카인드(Two of kind)’등 시원찮은 작품들 이후 계속되는 최악의 선택으로 트라볼타는 배우의 명맥만 유지할 뿐 그의 시대는 완전히 지나간 듯 했다. 춤이 그의 재능이었지만 그것이 전부일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 배우로서 획기적인 제 2의 인생을 살게 해준 것은 바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다. 94년 ‘펄프 픽션(Pulp Fiction)’이 없었다면 아마도 지금의 존 트라볼타도 없지 않을까. 타란티노 감독은 트라볼타의 오랜 팬이었고 덕분에 다시 한번 영화에서 트위스트 솜씨를 보여주며 환상적인 컴백을 했다. 무거워진 체구에 감지 않은 지저분한 머리와 살벌한 인상, 트라볼타의 변신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는 최고였다.

오랜동안의 방황을 마치고 이제는 자신의 자리를 찾았을까? ‘펄프 픽션’ 이후 ‘겟 쇼티(Get shorty)’ ‘페이스 오프(Pace/Off)’로 명실상부한 헐리우드의 빅스타의 반열에 들어섰다. 청춘스타가 아니라 개성파 연기파 배우로 거듭났다. 선과 악의 극단적인 모습을 같이 보여줄 수 있는 배우는 드물다. 터프하면서도 귀여운 모습을 같이 보여줄 수 있는 배우도 드물다. 존 트라볼타는 그런 배우다. 비록 작년에 모든 비평가들이 한마음으로 혹독한 비평을 해댄 영화 ‘배틀필드(Battlefield earth)’로 잠시 이미지를 구겼지만(올해 래스베리 영화상을 휩쓸었다!) 후속작인 ‘스워드피쉬(Swordfish)’로 굳건한 모습을 모여줬다. ‘스워드피쉬’는 6월 둘째주 현재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랭크하고 있다.

움푹 파인 턱의 강렬한 인상을 지닌 존 트라볼타. 그 얼굴은 변함 없지만 나이트클럽에서 디스코를 추는 날렵한 20대의 모습보다는, 살찌고 약간은 지저분해 보이는 갱의 모습이 훨씬 멋져 보인다.


김주희 기자 julie@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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