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감독 호칭 싫어요" 재키 곽 감독

2001-06-13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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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큰 움직임이 시작됐다.
재키 곽(본명 곽경일).

35살의 미혼 여성인 그는 최근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오뚝이가 연상된다는 그의 전력으로 보면 의례적인 도전이지만 영화계로선 분명 새로움 가득찬 도전이다.

그는 작년부터 영화 제작사를 차려 감독 데뷔를 준비 중이다. 여성 공군 조종사가 등장하는 마당에 여자가 영화 감독 한다고 별스럽게 보며 호들갑 떨 필요는 없다. 게다가 여성 영화감독이라면 가장 최근의 이정향(미술관 옆 동물원), 전주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임순례 감독, 남자들도 하기 힘든 일을 꿋꿋이 하고 있는 변영주 다큐멘터리 감독 등 쟁쟁한 인물들이 이미 꽤 나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재키 곽은 선배들과 또 다른 케이스다. 영어 이름이 색달라 주목받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는 영화감독이란 이름 앞의 ‘여성’이란 두 자를 떼려는, 심상치 않은 준비를 하고 있다.

"여성 감독이란 말이 싫다. 여성이기에 여성적 취향의 작품을 만들 것이란 예상을 깨고 싶다.

남자 감독이라면 받지 않아도 될 시선을 여성이란 점 때문에 받는 것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라 싫다. 창작자에게 남녀 구분은 싫다."

그래서인지 재키 곽 감독이 크랭크인을 서두르고 있는 데뷔작도 ‘남성적’ 취향이 짙은 <형사>다. <형사>는 국내 시체 감식계의 1인자인 실존 형사를 모델로 한 휴먼느와르 작품이다.

베테랑 최 형사와 남해에서 상경한 정박아 청년을 중심에 두고, 범죄 경찰 조직 배신 등을 이야기하는 그 어디에서도 상투적인 여성성은 찾아볼 수 없다. 주요 인물에 여자도 두 명 등장하나 보기 좋게 포장된 캐릭터가 아니다.

"내가 가장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데뷔작으로 골랐다"는 재키 곽의 도전은 또 계속된다.


"여성 감독이라면 흔히 예술영화 성향이 짙은 것으로 지레 짐작하는 경향이 있다. 척박한 현실에서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만한 자기 고집이 없으면 여자가 감독으로 데뷔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나는 대중적 포장을 강렬하게 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 상업영화가 내 고집이라면 고집이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재키 곽은 데뷔를 준비하면서부터 주목받았다.

벽지인 강원도 횡성 출신인 그는 서울 동덕여대 불어불문과 4학년이었던 지난 88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뉴욕 공대(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Communication Arts를 전공한 뒤 유명 영화사와 광고사에서 근무했다. 유명 CF의 프로듀서로서 맹활약하던 그는 10년 만인 98년 귀국해 강제규필름에 입사했다. 거기서 그가 맡았던 일은 해외 마케팅.

어린 시절부터 영화감독이 꿈이었던 그는 비로소 작년에 자신의 제작사를 차리며 독립했다.

양지만을 달려온 것 처럼 보이는 그의 삶이지만 실은 악착 같은 열정과 노력 때문에 얻었던 성과물이었다.

정경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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