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물에 물탄듯한 코미디

2001-06-01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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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악의 사태’(What’s The Worst That Could Happen?)★★½(별5개 만점)

재미있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형편없이 재미없는 것도 아닌 물에 물 탄듯 한 코미디다. 수많은 배우들이 나와 열심히 법석을 떨어대면서 코미디와 로맨스와 액션을 엮지만 각본이 아이들 작문수준이어서 보고 있는 나의 지능수준이 낮아지는 기분이다.

젊은 흑인 인기 코미디언 마틴 로렌스와 나이 먹은 백인 땅딸보 코미디언 대니 드비토를 묶어 흑백 관객 모두에게 팔아먹으려고 시도했으나 영화가 너무 무기력해 보나마나한 것이 됐다. 제목처럼 흥행에서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진 않겠지만 이런 영화를 보고 웃어야하는 관객들은 본전 생각이 날 것이다.

보스턴 사는 케빈(마틴 로렌스)은 귀중품 감식력이 있는 직업 도둑. 그가 재잘대는 동료 버거(존 레귀사모-에미상까지 받은 친구가 이런 영화에 나와 품위를 구기다니)와 함께 억만장자 맥스(대니 드비토)의 별장을 털다가 경찰에 체포된다.


케빈은 작은 도둑이라면 맥스는 인정사정 없는 큰 도둑 기업가인데 맥스가 케빈의 행운의 반지를 자기 것이라며 빼앗는 바람에 큰 도둑 대 작은 도둑간에 의지의 전쟁이 발발한다. 이 반지는 케빈의 영국 액센트를 쓰는 애인 앰버(칼멘 에호고)가 님에게 준 반지여서 케빈은 이것을 찾으려고 갖은 노력을 한다.

그러나 맥스는 고집과 탐욕의 인간이어서 수백만달러의 재산손해를 보면서도 반지를 내놓지 않는다. 케빈과 맥스의 ‘반지 전쟁’을 둘러싸고 잡다한 인물들이 나와 본 이야기와 별 관계도 없는 에피소드를 만든다.

내용이 뻔한 이런 영화들은 빈약한 소재를 기형적인 조연들과 그들이 저지르는 해프닝으로 대신하게 마련. 여기서도 탱고 동작을 쓰는 게이 형사, 카메라가 광고용 풍선 만한 젖가슴에 초점을 맞춘 맥스의 정부 미스 세프템버, 맥스의 점쟁이 전직 여비서와 맥스의 수모 받는 변호사와 경호원 그리고 맥스보다 두 배는 키가 큰 그의 아내와 케빈의 장물아비 아저씨 및 자물쇠 따기 전문부부 등이 나와 꼭두각시처럼 논다. 배우들이 아깝다.

한심한 우스개용 에피소드들로는 쿠웨이트 부자와 그의 수행원으로 변장해 허튼 소리 하는 케빈과 버거 그리고 맥스가 상소리를 연발하는 상원소위청문회 등이 있다.

영화의 결말은 완전히 억지로 아이디어가 고갈되자 되는 대로 마감한 것 같다. 두 코미디언의 연기도 무미건조하다.

샘 와이스만 감독은 전에도 이 영화처럼 맹탕 같은 ‘다른 동네 사람’(The Out of Towners)과 ‘정글의 조지’(George of the Jungle)를 만들었다.

등급 PG-13. MGM.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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