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독언론은 신행일치 회복 앞장서야"

2001-05-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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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온 한국 ‘기독신문’ 편집국장 박 에스더씨

"언론은 그 사회의 정신을 계도할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기독언론은 교회를 바로 세우는 철학과 리더십을 가져야 하지요. 한국의 기독언론들이 교단에 매이지 말고 교회의 언행과 신행 일치 회복에 앞장서야 하는데 두꺼운 기득권 세력과 정치권에 결탁해 오히려 퇴보의 도구로 사용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한국 개신교계의 대표적 언론인 ‘기독신문’의 박에스더(50) 편집국장이 대한예수교장로회 미주총회 참석차 방미했다. 기독신문은 장로교 합동측 교단지로 통합측에서 만드는 ‘기독공보’와 함께 기독언론의 양대 신문으로 꼽힌다.

박에스더(50) 국장은 76년 기독신문에 기자로 입사, 89년 5월 여자로서는 극히 드문 편집국장이 된 후 지금까지 12년동안 쉽지 않은 자리를 지켜왔다.


"이단과 사이비등 불의한 세력으로부터 당하는 어려움이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검찰과 재판정에 출두한 것만도 수십번이고 죽인다는 협박과 추격도 받아봤지요. 너무 힘들어 타협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그 때마다 하나님이 이 땅에 나를 보내신 의미를 생각하며 버텨왔습니다"

’적당히 쉽게 살라’는 주위의 ‘권고’를 숱하게 들었지만 한 여성 개인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공적인 위치에 서있다는 자부심으로 무너질 수 없었다는 박국장은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여성 기독언론인이 매우 드문 현실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타협의 유혹이 덜 했던 면도 있다고 고백한다. 남자들은 가정에 대한 책임도 있고 자신의 진로를 생각할 때 교단 정치에서 자유롭기 힘들지만 여자는 그런 면에서 좀더 자유롭다는 설명.

그렇지만 박국장은 ‘여기자’ 클럽, ‘여류’라는 이름이 붙은 모임을 아주 싫어한다고 말했다.

"왜 여자끼리 몰려다닙니까? 그것이 바로 자신을 여자라는 굴레에 묶어놓고 평생 여기자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지요. 남자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위치에서 일할 수 있도록 늘 격려해준 남편과 아이들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한국의 기독언론 실태에 관해 "교단신문 6-7개와 초교파신문 40여개가 난립중인데 특별히 개인이 운영하는 초교파신문들의 정체성 결여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박국장은 "이단문제에 선이 분명하지 않고 권력과 정치, 인맥, 학연에 끌려다니며 생각없이 만드는 신문들이 많지만 요즘은 독자들이 깨어있으니 독자들이 판단할 것"이라는 희망을 보이기도 했다.

재임기간중 기독신문이 4면에서 24-28면으로 질적, 양적으로 크게 늘어난 것과 총회매거진을 따로 발행, 교단소식과 교계전체소식을 구분한 것을 큰 보람으로 꼽았고, 특별히 4년전 한국교회가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회개하는 참회운동을 벌여 신사참배와 과거 군사정권을 찬양했던 목회자들이 참회록에 서명, 아픈 과거를 청산하도록 유도한 것을 매우 의미있는 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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