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잔혹 엽기 파괴 폭력 파격 등 도발적인 영상과 내용으로 끊임없이 충격을 던진 김기덕 감독(41)이 마침내 부드워졌나. 오는 26일 개봉 예정의 새 영화 <수취인 불명>이 김기덕 작품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영화’로 주목받고 있다.
<수취인 불명>은 시사회에서 관객들에게 스스로 "또 만들어서 죄송하다"는 농담을 첫 인사로 건넬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김기덕 감독의 여섯 번 째 영화다. 96년<악어>로 데뷔한 이래 해마다 한 편씩 꾸준히 영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경이적인 생산력이다.
<수취인 불명>이 김기덕 감독의 작품 가운데 눈길을 끄는 이유는 표현의 세련화에 있다.
낚시 바늘을 삼키는 등 엽기 장면을 천연덕스럽게 연출했던 김기덕 감독이 <수취인 불명>에서 만큼은 상당히 세련된 표현을 보여주고 있다. 그 세련됨은 대중성의 강화로 연결되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그래서 <수취인 불명>은 김기덕 감독 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작이 될 것이란 예측까지 낳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수취인 불명>이 거세된 숫소처럼, 맥없는 영화인 것은 절대 아니다. 김기덕 감독 특유의 도발과 폭력성, 강렬한 이미지의 반복 등은 여전하다. 단지 관객이 볼 때 느낄 만한 불편함을 완화시켰을 뿐.
1970년대 미군 기지촌을 무대로 한 <수취인 불명>에선 세 젊은이가 각각의 이야기를 끌고 간다.
17년째 되돌아오는 편지를 보내며 자신을 버린 미군 병사를 기다리는 양공주 엄마(방은진 분)와 그의 흑인 혼혈아들(양동근). 어린 시절 오빠의 장난 때문에 한 쪽 눈을 다쳐 불구처럼 살고 있고, 그 눈을 고치기 위해 미군에게 몸을 주는 여고생(반민정).
불우한 환경 때문에 고교 진학도 못한 채 불량배에게 한없이 당하기만 하는 순수한 심성의 지흠(김영민) 등이 극단적인 육체의 훼손과 폭력의 끝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수취인 불명>은 미국도, 한국도 아닌 기지촌에서 꽃핀 슬픈 사랑과 ‘시대로부터 수취를 거부당한 삶들’을 아프게 드러낸다.
대중성에 손을 내민 김기덕 감독의 새 작품에 영화 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 흥미롭다.
정경문 기자 moonj@daily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