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리짓 존스의 일기’(Bridget Jones’s Diary)
홍조 띤 토실토실한 볼에 브라질 만한 엉덩이 그리고 풍만한 젖가슴을 지닌 체중 136파운드의 출판사 여직원 브리짓 존스(르네 젤웨거)는 서른두살 난 런던 노처녀. ‘배드 헤어 데이’ 스타일의 머리와 볼품 없는 패션감각의 여인으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을 하는 스타일인데 세월이 가도 님은 없고 고독만 쌓이니 허구헌 날 줄담배(하루 42개피)와 포도주에 초콜릿으로 시름을 달래다보니 몸무게만 느네.
이런 존스가 어떻게 고독에서 해방돼 사랑과 자유와 참 자기를 발견하는가 하는 로맨틱 코미디로 원작은 헬렌 필딩의 베스트셀러. 전형적인 영국여자인 브리짓역을 텍사스 출신의 젤웨거가 맡는다고 해서 런던의 매스컴들이 크게 투덜댔던 영화인데 젤웨거의 연기가 어찌나 위트 있고 민감한지 그런 불평이 허튼 소리가 된 셈.
눈 내리는 신년 전날 32세가 된 브리짓은 부모 집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한다. 여기서 브리짓은 엄마(제마 존스) 등쌀에 못 견뎌 이혼남인 변호사 마크(콜린 퍼스)와 대화를 나누나 둘 다 서로가 마음에 안 들기는 마찬가지.
브리짓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란 멋없는 마크보다는 절세 미남으로 바람둥이인 직장 상사 대니얼(휴 그랜트)이 좋아 죽을 지경이다. 브리짓이 일기를 쓰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진짜 제짝 찾기 영화인데 외모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과 진실이 더 중요하다는 케케묵은 소리를 하고 있는데도 아주 즐겁고 산뜻하고 우습다.
한 여인의 사랑과 행복 추구 과정에서 일어나는 시행착오와 온갖 해프닝과 상심이 재치 있고 유머 있는 연출과 대사 그리고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에 의해 로맨틱하고 경쾌하니 묘사된다. 비록 브리짓은 과체중의 노처녀이지만 똑똑하고 주체성 있고 또 위트와 유머를 갖춘 여자인데 이런 진흙 속의 진주 같은 브리짓을 놓고 다시와 대니얼이 엮는 삼각관계가 아기자기하다.
대니얼은 자기를 몸살나게 좋아하는 브리짓을 유혹, 신나게 섹스를 즐기나 뒤에 숨겨놓은 여자 변호사 나타샤(엠베스 데이비츠)가 있음을 알게 된 브리짓은 이때부터 자기 해방선언을 하고 제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출판사를 그만두고 TV 방송국에 취직, 명리포터가 된다.
연기파 젤웨거가 다면으로 빛을 내는 연기를 하는데 그랜트와 퍼스를 비롯해 이 3인을 둘러싼 조연배우들도 모두 연기를 잘한다. 작가 살만 루시디도 캐메오로 나온다.
배꼽 뺄 우스운 장면들이 많은데 특히 뚱뚱한 브리짓이 나온 배 들어가게 한다고 입은 할머니용 대형 팬티를 대니얼이 벗기려는 장면이 가관이다. 마지막 부분의 존 웨인식 격투장면이 꼴불견으로 끝이 장황한 게 흠. 이 영화는 ‘노팅힐’과 ‘4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을 제작한 팀이 만든 것으로 두 영화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샤론 맥과이어 감독. 등급 R. Miramax. 전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