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벽안의 두스님 법문 한인들 경청

2001-03-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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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각, 대봉스님 초청법회 성황

현각스님과 대봉스님 "하루 10분만이라도 ‘나는 무엇인가’(Who am I)를 생각하라. 이것이 인간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 길이다. 진리는 먼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신의 코 앞에 있다. 하늘을 푸르고, 물은 흐르며, 설탕은 달고, 개는 짖는 것이 진리의 세계다. 볼 때 볼 뿐, 들을 때 들을 뿐, 먹을 때 먹을 뿐, 배고픈 사람이 오면 먹을 것을 주고 목마른 사람이 오면 마실 것을 줄 뿐...."

25일 이벨극장에서 열린 현각스님과 대봉스님 초청법회는 역시 대성황이었다. 아래 위층을 입추의 여지없이 메운 한인들은 미국인 스님들에게서 흘러나오는 법문 한마디 한마디에 귀기울이며 경청하고 쉴새없이 박수쳤다. 이날 2시간여 계속된 현각, 대봉스님의 설법을 간단하게 요약한다.

대봉스님-’마음이란 무엇인가’

모든 인간은 밖에 있는 무언가를 찾고 끊임없이 밖으로부터 무언가를 원한다. 직업, 돈, 건강, 천국을...그러나 밖에서 무엇을 찾으려고 하면 찾을 수 없고 오래 지킬 수 없으며 만족도 없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나’를 찾을때 다 찾을 수 있다. 진정한 행복은 앞을 향해 달리던 것을 멈추고 뒤돌아 오던 길을 가는 것이다. 선에서는 이것을 ‘나는 무엇인가’라고 한다.

물을 놓고 미국인들은 워터라고 하고, 한국인은 물, 중국인은 수이, 히스패닉은 아구아라고 모두 다르게 말한다. 그러면 이것은 과연 무엇인가. ‘물’이라고 말하면 이미 틀린 것이다. 선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그들은 아무 말없이 먹어볼 것이다. 이것이 선이다. 선은 말이나 언어에 의존하지 않고 그 마음을 얻는 것이다. 그리고 내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선 수행을 하면 인간의 본성과 우주의 본성을 깨달아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게 되며 어떤 길을 택해도 그 길이 옳은 길이 된다.

선은 어떤 종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누구인가, ‘오로지 모른다는 것’(only don’t know)을 아는 것이다. 이 모르는 마음을 지키면 마음이 맑아진다. 빈 마음이 되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담을 수 있고 그들을 이해하며 도울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매일 10분씩 ‘나는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모르는 마음’을 지키라. 그때서야 100% 바른 불자, 100% 바른 크리스천이 될 수 있다. 그리하여 가족을 돕고, 나라를 돕고, 나아가 일체중생을 도울 수 있다.

현각스님-’참다운 종교는 무엇인가’

한국인은 갑작스런 사회, 경제 발전으로 고유의 소중한 전통을 잊어버렸다. 지난 20-30년사이 한인들이 완전히 미국화, 서양화된데 반해 미국인과 유럽인들은 불교와 동양사상에 심취하고 있다. 한인들이 버린 것을 미국인이 배워 거꾸로 한인들에게 가르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지금 미국과 유럽에서는 불교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지금 이 순간에도 전세계에서 96개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중 78개가 종교 때문에 싸운다고 한다. 이것은 참다운 종교가 아니다. 서로 저주하며 싸우고 파를 만드는 것은 종교가 아니라 패권주의요, 압제주의다.

많은 종교들이 진정한 자아찾기 보다 감정에 호소한다. 또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은 얻기 위해 종교를 이용한다. 종교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사람들은 그 위안과 평화를 위해 종교를 믿지만 결국 만족을 찾지 못한다. 이것은 교회나 성당, 사찰이 모두 마찬가지다. 내것만을 고집하며 하나밖에 없다고 믿는 좁은 믿음이다.

종교는 객체종교(object religion)와 주체종교(subject religion)의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객체종교란 무엇이 세상을 만들고 지배한다고 믿고, 착한 일을 하면 좋은 곳으로 간다고 믿는 것이다. 이것은 한 방향밖에는 없는 좁은 믿음인데 유독 한국인들이 흥분되게 믿는다.

한편 주체종교는 ‘나는 무엇인가, 세상은 무엇인가’를 묻는 종교이다. 죽음도 삶도 없고 단순한 상태로 돌아가 마음공부를 통해 바로 이 순간의 진리를 탐구하는 것이 주체종교다.

사람들은 종교란 이름으로 벽을 만들고 맹목적 믿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예수님과 부처님은 훨씬 더 큰 길, 더 높은 길을 가르쳤다. 이 길을 따라 죽기전에 참 나를 찾아야 한다. 맹목적 믿음보다 과학적 공부를 통해 내가 무엇인지, 매일 아침 10분씩 묻는 어린아이와 같이 맑고 빈 마음을 갖고 성불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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