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벽촌에 ‘한국병원’ 가슴 뭉클

2001-03-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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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 8대 성지순례 시리즈5

▶ 순례팀 방문맞춰 개원식

성지순례중 특이했던 ‘사건’은 시골병원의 개원식이었다.

올해로 12회째 불교성지순례를 실시하고 있는 정토회(대표 법륜스님)는 매년 여행 수익금과 독지가들의 성금을 모아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주로 꼽히는 비하르주의 둥게스리 지역에 초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학교 옆에 ‘지이바카’병원을 설립, 이번 순례팀의 방문일정에 맞춰 개원식을 가졌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시골 벽촌에 한국의 불교단체가 병원을 세웠다는 소식을 듣고 주 수상인 라브리 데버 부부가 참석하면서 이날은 마을이 생긴 이래 최대의 축제일로 돌변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수천명의 인도인들(학교측은 1만명이상으로 추산)이 몰려와 땡볕에 진을 쳤고 아침부터 경찰과 군인, 특수요원들이 새까맣게 깔려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수상 부부는 약속시간보다 2시간 늦게 헬리콥터를 타고 나타났으며 주 법무장관, 보건장관, 교육장관, 시장등 각료들도 총동원돼 현지 언론이 8개사나 출동해 취재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수상은 이날 인도정부가 미처 하지 못한 일을 한국인들이 도맡아 해준데 대해 감사를 표하고 앞으로 이 지역에 수도와 전기, 전화시설을 가설하고 도로공사도 해주겠다고 약속, 주민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곳 둥게스리 지역은 부처님이 6년간 고행하던 시타림과 전정각산이 있는 곳. 당시 시체를 갖다버리던 이 곳은 수행자들의 고행림으로 불렸으며 지금도 최하층계급인 불가촉 천민들이 살고 있는 극심한 빈곤지역이다. 법륜스님은 93년 부처님의 발자취를 찾아 방문했다가 문맹률 100%, 문명의 혜택이 전혀 없는 마을의 열악한 실정을 보고 94년 1월 지역주민들과 힘을 합해 초등학교 ‘수자타 아카데미’를 설립 지금까지 수백명의 아이들이 졸업했으며 동네마다 세운 유치원이 10개, 최근엔 중학교도 설립했다. 이번 방문중 인근 만코시힐의 유치원 준공식도 열려 순례팀과 함께 축하하는 시간도 가졌다.

수자타 아카데미의 교육 제1과제는 ‘박시시’(구걸)하지 않도록 가르치는 것. 교육의 효과는 놀라워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이곳에는 정토회에서 파견된 이덕아, 장정임, 이화승씨등이 상주하며 현지인들과 더불어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다.

지이바카병원은 초등학교에 오는 아이들이 영양실조와 온갖 질병으로 자주 결석하는 모습을 보고 응급치료해주면서 시작됐다. 의료시설이라곤 전무한 지역에서 학생들을 치료해주자 주민들이 찾아오기 시작했고, 결국 학교 양호실이 작은 병원 구실을 하게 되면서 종합병원을 짓게된 것. 300평규모의 2층으로 지어진 지이바카병원은 서구의 병원에 비하면 열악하기 짝이 없지만 기본적인 시설과 의약품을 갖추고 현재 8명의 인도의사들이 자원봉사로 하루 100명이상을 무료 진료하고 있다.

정토회는 둥게스리에서 학교 및 병원 운영과 더불어 마을개발사업도 병행, 지하수를 퍼올리고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공급하는등 주민들의 대환영을 받고 있다. 지하수 공급은 지난해 성지순례에 동참한 LA한인이 현지의 비참한 실상에 충격을 받고 주위 친지, 독지가들을 설득, 약 1만달러의 성금을 모아 보낸 것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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