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죽음은 하나...’힌두의 정신’

2001-03-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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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 8대 성지순례 시리즈

▶ 부처님 탄생 룸비니동산 무심한 깃발만 나부껴

인도를 다녀온 사람들은 극명하게 두 부류로 나뉜다고 한다.

’다시는 갈 곳이 못된다’는 사람과 ‘너무나 매력적인 나라’라며 그리워하는 사람.

이것은 인도에 대한 이미지가 다분히 환상화되어 있는데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시인 류시화 여행기라든지, 수많은 배낭족들이 다녀와 펴낸 체험기들이 인도에 대한 동경심을 자극하고 있는데 이들은 먹는 것, 자는 것, 씻는 것, 화장실등 비위생적인 여행환경의 ‘현실’을 무시한 이색경험만을 강조하고 있음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인도를 여행하러 갈 때 중요한 것은 무엇을 경험하러 가느냐 하는 마음가짐이다. 이에 따라 처음부터 보는 시각과, 겪는 경험과, 이를 수용하는 자세가 완전히 달라지므로 다녀와서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유럽여행 가듯이 수많은 유적지와 볼거리들을 찾아 ‘관광’을 떠나는 사람은 열이면 열, 돌아와서 고개를 흔들며 인도는 절대 갈 곳이 못된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시골이나 도시나 할 것없이 마주치는 대부분의 풍경은 쓰레기와 지독한 매연, 무질서, 더러운 거지아이들, 파리떼, 모기떼, 오물냄새뿐이므로.

그러나 현대 서구인의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직접 ‘겪어보려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시간이 정지한 나라’ 인도는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 느긋하게, 열악한 조건마저도 즐기려는 마음으로 여행한다면 묘한 영혼의 울림과 여운이 느껴지는 곳이다.

내게 있어서 인도의 가장 큰 매력은 ‘땅’이었다. 비록 온갖 배설물이 널린 땅이었지만 현대 도시인들이 일년 열두달 밟지 못하고 사는 흙과 땅이 인도에는 원시 그대로 살아있었다. 가끔 노상에서는 아낙네들이 텃밭에서 키운 채소를 손바닥만한 나무판위에 얹어놓고 파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호박, 감자, 당근, 양배추 등의 그 채소들이 어찌나 예쁘고 싱그러운지, 볼때마다 "아, 무공해 식품이네"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또 하나의 매력은 ‘죽음’이다. 인도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 바라나시에 가면 시체를 화장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화려한 비단이나 황색 천에 싸인 시체가 운반되어 오면 갠지스강 물에 한번 적신 후 나무위에 올려 놓고 상주가 시체 주위를 5바퀴 돌고나서 사제들의 간단한 의식과 함께 불을 붙인다. 한창 타고 있는 시체를 뒤적이는 상주의 얼굴은 아무런 감정과 동요없이 무심하고 타고난 재는 모두 모아 강가로 흘려보낸다.

죽음을 방치해 버리는 듯한 힌두교 특유의 화장문화는 매장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이지만 인도의 상징적인 정신문화다. 죽음은 강 건너편으로 옮겨가는 일, 삶과 죽음을 하나로 여기는 초연함이 인도와 힌두의 정신이고 힘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들른 4대 성지는 부처님 탄생지인 룸비니. 과거 카필라성의 마야부인이 산달이 가까워오자 친정인 콜리성을 향해 가다가 중간지점인 룸비니동산에서 잠시 쉬다가 아기를 낳았다고 한다. 싯달타 왕자로 편안하게 살던 부처님은 12세때 사문유관을 하면서 인생의 고뇌를 알게 되고 19세에 아쇼다라공주와 결혼하지만 아들을 낳자마자 29세에 출가한다. 그후 부처님은 출가 12년후, 성도 6년만에 이곳에 돌아와 부모와 아내, 자식, 수많은 석가족들을 교화했다고 한다.

현재 네팔에 속한 룸비니에서는 기원전 250년 아쇼카왕이 세운 석주와 마야부인이 출산후 목욕했다는 싯달타연못과 보리수나무를 둘러보았다. 히말라야가 시작되는 네팔은 인도보다 가난하지만 주변환경은 훨씬 깨끗했다. 국교는 힌두교이나 인구의 반 이상이 불교도로 네팔 사람들앞에서 부처님이 인도 사람이라고 하면 버럭 화를 낸다고.

룸비니에서는 ‘대성석가사’란 한국절에서 이틀을 묵었다. 법륜스님의 죽마고우인 주지 법신스님이 96년 이곳에 들어와 짓기 시작한 대성석가사는 한꺼번 150명 이상이 체류할 수 있는 대규모 절로 전세계에서 찾아오는 순례객들과 히말라야를 찾는 배낭족들로 항상 북적거린다. 룸비니에는 일본, 중국, 티벳, 태국, 버마, 프랑스, 독일등 세계 각국의 사찰 약 15개가 지어져 있으나 대부분 순례객들에게 개방하지 않아 대성석가사가 이 지역의 주요 숙박시설로 이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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