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열반의 땅...불교신자 겨우 0.4%

2001-02-27 (화)
크게 작게

▶ 불교 8대 성지순례 시리즈

▶ 80%가 힌두교, 담벼락마다 연료용 소똥

인도에는 과연 소가 많다.

또 개와 양과 염소도 많고, 시골에서는 원숭이도 흔히 볼 수 있다. 인도인들은 정말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 힌두교인들에게 소는 매우 고맙고 유익하며 성스러운 동물이기 때문. 평생동안 우유를 제공하고, 똥은 연료로 사용하며, 농사짓는 일꾼이자, 죽고나서도 가죽을 남기는 소가 너무 고마워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도에서는 소똥을 연료로 쓰기 위해 동글납작하게 빚어 담벼락에 붙여놓고 말리는 풍경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인도인들은 또한 돼지고기도 먹지 않는다. 회교도들이 종교적 이유로 먹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많이 먹는 고기가 닭고기와 양고기. 양고기도 독한 카레소스의 맛 때문에 누린내가 나지 않아 먹을만 하다. 인도 음식하면 카레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카레와는 매우 다르며 각종 향신료가 들어가 더 강렬한 맛을 낸다.

인도의 종교분포는 힌두교 약 80%, 회교 12%, 기독교 3-4%, 시크교 2-3%, 불교 0.4%, 그외에 조로아스터교, 자이나교등 수많은 종교가 있으며 각자 종교적 신념이 매우 강하다.

가장 불합리하면서 ‘인도의 인도다움’을 결정짓는 것은 특유의 계급제도인 카스트다. 21세기의 지구상에서 아직도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신분이 결정되는 나라는 인도가 유일할 것이다. 카스트는 브라만(승려), 크샤트리아(무사), 바이샤(상인), 수드라(노예)의 4계급을 말하는데 사실은 하나가 더 있다. 이른바 ‘언터쳐블’이라 불리는 불가촉천민 하리잔. 이들은 위의 계급에조차 들어가지 않는 최하층 천민으로 인도에는 이런 하리잔이 1억6천만이나 된다.

그런데 이 5개 계급은 실제로는 3,000여개의 계급으로 세분화되어 있고 그 계급은 이름에 나타나며 집안 대대로 종사해온 직업과 연관되어 있어 도저히 벗어날 방법이 없다고 한다. 법적으로나 제도상으로는 오래전 없어졌지만 관습적으로 깊이 뿌리 박혀 있다는 것.

웬만한 호텔이나 식당에는 천민이 출입할 수 없어 택시운전수나 릭샤꾼들은 호텔문 밖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우리 일행은 순례 마지막날 부페 저녁식사를 하면서 보름동안 수고한 운전기사 10명을 초청, 함께 식사하도록 테이블을 마련했으나 그들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천민이란 이유로 호텔에서 입장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부처님 열반의 땅인 쿠시나가라는 외진 시골의 작은 마을이다. 부처님은 이곳 사라나무 숲에서 북쪽으로 머리를 향하고 옆으로 단정히 누워 마지막 제자인 수바드라에게 8정도를 설한후 500명의 비구들에게 "게으름 피우지말고 열심히 정진하여 너희들의 수행을 완성하라"는 말을 남기고 열반에 들었다. 부처님 열반후 여덟말의 사리가 나왔다고 전해지며 그 사리를 8등분하여 인근국가들이 8개의 사리탑을 세웠는데 후에 아쇼카왕이 탑을 헐어 인도전역에 사리를 배분하고 전세계로 퍼져나가 한국에까지 전해졌다. 쿠시나가라에서는 열반당외에도 천민인 대장장이 춘다의 공양터, 부처님이 열반 직전 목을 축이고 목욕한 카쿳타강도 둘러보았다.

한편 이번 성지순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중의 하나는 5세기초에 세워진 나란다대학이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불교대학으로 불교만 아니라 힌두교와 철학, 수학등 전 학문을 가르친 종합대학이었던 이곳은 7세기경 현장법사가 왔을 때 학생수가 1만여명, 선생이 1,500명이었다고 하며 9세기경 혜초스님을 비롯한 신라의 몇몇 스님들도 유학왔던 곳이다.

셀 수 없이 많은 기숙사 방과 거대한 부엌, 식당, 사원, 강당, 곡식창고등 한 눈에 보아도 그 규모가 엄청난데 지금까지 발굴된 것이 전체의 10분의 1정도라고 한다. 이처럼 번성했던 대학이 사라진 것은 무슬림의 침공 때문으로, 당시 피신 못한 승려들이 건물과 함께 불태워진 기간이 6개월이나 됐다고 전해진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