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이클 드 루카

2001-02-16 (금) 12:00:00
크게 작게

▶ 박흥진의 연예 파노라마

할리웃의 영화사 고급 간부들의 목숨은 파리목숨이라는 말이 있다. 그가 아무리 많은 히트작을 냈을 지라도 그 뒤로 흥행성적이 나쁘면 즉각에 갈아치우는 데서 나온 말이다.

지난달 16년간 몸담아 일해 오던 뉴라인 시네마에서 해고당한 마이클 드 루카(35·사진) 제작담당 사장의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다. 할리웃에서 가장 총명하면서도 말썽이 많은 고급 간부로 알려진 드 루카는 자신이 제작을 허락한 위노나 라이더 주연의 심령 공포영화 ‘잃어버린 영혼’과 애담 샌들러 주연의 코미디로 제작비 8,000만달러짜리 ‘막내 니키’가 흥행에 참패를 한지 얼마 안돼 해고 됐다. 그의 해고에 부채질을 한 또다른 영화는 로맨틱코미디 ‘타운&컨트리’(사진).

워렌 베이티가 감독 주연하고 다이앤 키튼과 골디 혼이 공연하는 이 영화는 제작마감이 계속 지연되면서 제작비가 당초 예상을 3,000만달러나 초과하는 8,000만달러에 이르렀다. 이 영화는 그동안 여러 차례 개봉일이 연기되다 현재 오는 3월 개봉 예정인데 그것도 두고봐야 알 일.


드 루카는 16년전 19세 때 NYU 학생으로 뉴라인에 인턴으로 입사했다가 눌러 앉은 뒤 이 회사 창립자인 로버트 쉐이의 총애를 받으며 27세에 일약 제작담당 사장이 됐다. 그는 그 뒤로 ‘매스크’ ‘오스틴 파워즈’ ‘러시 아워’ 및 ‘웨딩 싱어’ 같은 빅 히트작을 냈고 다른 영화사들이 제작을 기피하는 ‘부기 나이트’와 ‘목련’ 등을 과감히 제작, 오스카상 후보에 올려놓기도 했다. 틴에이저용 공포물 ‘엘름가의 악몽’ 시리즈로 돈을 번 싸구려 영화사 뉴라인은 비로소 드 루카에 의해 할리웃의 존경을 받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 루카의 해고는 뉴라인의 모회사인 타임워너와 AOL의 합병발표가 있은지 며칠만에 단행됐다. 이번에 해고된 사람은 드 루카 외에도 유명 제작자인 리처드 세이퍼 스틴등 100여명에 이르는데 이것은 새 회사가 긴축재정을 실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옛날처럼 흥청망청 돈을 쓰던 시절은 이제 지나갔다는 것이 주변인들의 말이다. 마이클 린 뉴라인 사장도 앞으로 뉴라인 영화의 편당 제작비는 최고 5,000만달러로 한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라인은 비록 워너사의 자회사이나 모든 것을 독자 운영하던 할리웃의 이단아 같은 미니메이저다. 이 회사는 제작비 저렴하고 독특한 영화를 만들고 마케팅해 돈을 벌었는데 지난 96년 메이저 흉내를 내 ‘롱 키스 굿나잇’ ‘최후의 승리자’ 및 ‘모로 박사의 섬’ 같은 대규모 제작비의 영화를 만들었다가 모두 흥행서 참패했었다.

그 후 정신을 차리고 원위치했던 뉴라인은 최근 들어 다시 대규모의 작품에 손을 댔는데 그 대표적인 영화가 ‘로드 오브 링스’ 3부작. 현재 3편이 동시 촬영중인데 총 제작비는 자그마치 2억7,000만달러에 이른다. 최근작의 잇단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고 거액 제작비에 대한 경고 조치로 드 루카가 해고됐다는 것이 영화계 소식통들의 말이다.

다른 고급 간부들과 달리 진바지에 가죽점퍼 그리고 운동화를 신고 모터사이클을 타고 출퇴근하는 드 루카는 할리웃에 가장 다채로운 젊은 간부로 알려져 있다. 그는 배우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꼼꼼히 계산하는 대신 창조적 본능에 따라 제작 허락을 내리는 스타일로 모험도 감수하는 배짱파이다.

눈치 안보고 솔직하고 할 말을 서슴없이 하는데 때로 망나니처럼 행동해 할리웃에서는 ‘악동’으로 소문났다. 공공장소에서 주먹싸움을 하는가 하면 음주운전 체포 경력도 있는 그의 센세이션널했던 스캔들은 1998년 오스카 파티 때. 오스카 시상식 후 벌어진 한 호화판 파티에서 드 루카는 손님으로 참석한 한 여자와 오럴섹스를 하다 들켜 파티장서 쫓겨났었다. 이 스캔들은 당시 할리웃 최고의 가십거리로 등장했었는데 드 루카는 사건 며칠 후 쉐이 회장에게 사과하고 사면 받았다.

한편 드 루카는 해고당한 날 밤 자기 후임인 토비 에머릭을 회사 옆 식당으로 불러 맥주를 나누며 축하인사와 함께 자기가 맡았던 여러 가지 제작계획을 자상히 설명해 주었다고 한다. 영화계에서는 이를 놓고 뉴라인이라는 풍토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최근 유니버설과 콜럼비아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의를 받은 드 루카는 아직은 미래계획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 아이로니컬한 것은 드 루카에게 해고 통보를 한 사람이 그의 대부격이던 밥 쉐이라는 점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