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뿌리깊은 계급제도 순응 엄청난 빈부차이 공존

2001-02-12 (월)
크게 작게

▶ 불교 8대 성지순례 시리즈

인도여행중 많은 사람들이 갖는 의문은 왜 이렇게 가난하냐는 것이다.

내 눈으로 보기에도 인도는 너무나 가난하고 더러웠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인도는 가난할 이유가 전혀 없는 나라다. 세계 7위의 면적을 가진 국토, 10억이 넘는 인력, 풍부한 자연자원, 인류문명이 발원한 유구한 역사와 문화등...

그 의문에 대한 답을 나름대로 이렇게 정리해보았다.


하나는 인도가 가난한 것이 아니라 천민들만 가난하다는 것이다. ‘하리잔’이라고 불리는 최하층 천민들이 인구의 절반이상 차지하고 이들이 인도 전역에서 굶어죽어가며 구걸하고 있기 때문에 가난해보이는 것이다. 사실 인도는 하이테크와 컴퓨터, 영화산업이 세계 굴지의 수준이며 핵무기를 보유한 21세기의 강대국으로서 부자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호화로운 삶을 살고 있다.

또 하나는 이들의 뿌리깊은 계급제도와 종교적 신념 때문이다. 모든 것이 자신의 타고난 운명이며 주어진 생에 선하게 살면 다음 생에 보다 나은 신분으로 태어나게 된다는 힌두교의 윤회설을 신봉하는 이들은 삶을 개척하려는 의지를 전혀 갖지 않고 살아간다. 그것이 바로 하인을 50명씩 거느린 거부와 바로 그 옆에서 뼈와 가죽만 남은 채 구걸하다 죽어가는 거지가 아무런 갈등없이, 폭동이나 혁명없이 공존할 수 있는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생각해본 것은 ‘가난’이란 것이 서양의 물질주의 가치관의 기준에서 본 상태이지 인도사람들 자신의 평가가 아니라는 법륜스님의 의미깊은 해석이다.

콘크리트 건물속에서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는 선진국 ‘문명인’들에 비해 인도 천민들의 삶은 원시 그대로 단순하다. 여행중 들어가본 한 시골 초가집의 내부 풍경은 그야말로 황당했다. 문도 없고 바닥은 진흙바닥이며 방, 부엌이 따로 없이 한칸 집이다. 아무리 봐도 비바람만 피할 수 있을 뿐 가구는 고사하고 흙바닥 위에 눈에 띠는건 지푸라기 뭉치(잠자는 곳)와 몇개의 알루미늄 그릇이 가재도구의 전부. 벽에 옷한벌도 걸린 것이 없는 것을 보면 평소 걸치고 있는 천을 밤에는 둘둘 말고 자는 것이 분명했다.

하루 한끼 먹기도 힘들지만 비교의 대상이 없어서일까. 상대적 빈곤감도 없어보였다. 따라서 그들의 가난은 우리 시각에서 본 것일 뿐 무소유의 삶을 살아가는 그들에겐 행복의 척도가 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사실은 최근 실시된 세계 각국의 행복지수 조사에서 미국이나 일본등 선진국보다 인도나 방글라데시같은 후진국가가 훨씬 높았다는데서도 입증된다.

성지순례의 두 번째 방문지 부다가야는 부처님이 성도하기전 6년간 고행한 곳이자, 성도한 곳이며, 성도후 교화하여 1천명의 제자를 두게된 곳이다. 이곳에 세워진 부다가야 대탑은 매일 수백명의 순례객이 몰려 참배하고 있으며 버마와 티벳 승려들이 온몸을 펴서 절하는 ‘오체투지’의 현장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바로 그 자리에는 아직도 보리수가 무성한 가지를 드리우고 있는데 이 나무는 당시의 나무가 아니라 그 씨를 가져다 스리랑카에 심었던 보리수에서 다시 묘목을 가져다 심은 수령 200년 정도의 것. 부처님의 보리수는 오래전 죽었다고 전해진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