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자들과 약속 못지켜 남기로 결심"

2000-12-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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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선교교회 부임 포기한 송정명 목사

"인간적인 입장에선 큰 교회 목회를 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평안교회 교인들이 떠나는 것을 계속 만류하고, 몇몇 장로님은 사표까지 내는등 분열조짐 마저 보여 교회에 남기로 결단을 내렸습니다. 하나님이 맡기신 교회를 깨뜨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동양선교교회의 새 담임으로 청빙됐으나 지난 16일 돌연 부임계획을 취소한 송정명목사는 그간의 힘들었던 마음고생을 털어놓으면서 오랫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전했다.

송목사는 지난 7월 동양선교교회에서 담임 청빙이 만장일치로 확정된 후 빠르면 10월, 늦어도 올해말까지는 정식 취임할 계획이었으나 평안교회 이임을 위한 마무리작업이 6개월 이상 끌어오면서 자신도, 교인들도 탈진상태에 빠졌으며 어떻게든 결정을 내려야할 시기가 다가오자 결국 부임계획을 취소하기로 마음을 바꿨다고 밝혔다.


송목사는 결심을 굳히자마자 16일 동양선교교회 당회에 부임 취소를 알리는 문서를 전달했고 이어 17일 일요일 예배에서 평안교회 교인들에게 자신이 떠나지 않을 것임을 공표했다. 반면 동양선교교회는 이 문제를 교인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당회에서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회의 황재륭목사는 "송목사의 입장과 평안교회의 상황에 어려움이 있는줄 알고 있지만 꼭 오실 것을 믿고 조금 더 기다리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목사는 자신의 결정이 확고함을 거듭 강조, 동양선교교회의 후임 청빙작업은 원점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동양선교교회 교인들은 17일 배부된 2001년 교회달력에는 송정명목사의 이름이 담임목사로 인쇄돼있고, 지난 10일 공동의회록에도 송정명목사 이름으로 담임목사의 인사말이 실려있는등 그동안 송목사의 담임 취임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기정사실이었다며 이번 사태에 당혹감을 표시하고 있다.

한편 교계에서는 송목사가 취임을 취소한 이유와 배경에 대해 여러 추측이 오가고 있다. 이에 관해 송목사는 "평안교회 교인들에게 공식 약속한 세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못박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하나님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송목사가 말하는 세가지 약속이란 좋은 후임자의 청빙과 교회개축공사의 마무리, 그리고 건축헌금으로 인한 재정문제 해결등이었는데 이중 재정문제만 부분적으로 해결됐을 뿐 나머지는 제자리 상태라는 것.

그러나 교계 일각에서는 지난 수개월동안 동양선교교회가 한 장로의 재정비리문제로 시끄러웠던 사실을 언급, 이 교회의 끊임없는 내분이 송목사의 부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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