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재패니메이션 2편 ‘연말을 기다렸다’

2000-12-22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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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패니메이션은 일본 대중 문화 상품 가운데 드물게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꼽힌다.
그러나 적어도 올해 한국에서만큼은 아니다. 3차 개방을 통해 처음으로 국내 극장에 진출했지만 흥행 성적은 참담했다.

지난 여름 일본 애니메이션으론 첫 테이프를 끊었던 <무사 쥬베이>가 형편없는 성적에 그치더니 얼마 전 개봉했던 두번째 작품 <인랑>마저 참패를 기록했다. 두 작품 모두 서울에서 5만 관객을 모으지 못했다.

애니메이션의 본 고장 미국에서까지 맹위를 떨친 재패니메이션이 한국에선 안되는걸까. 그런 점에서 오는 30일 개봉 예정인 <포켓 몬스터>와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는 재패니메이션의 국내 생사를 가늠할 바로미터다.


막강 파워의 일본 애니메이션이 국내 흥행에선 왜 부진한 결과를 낳았을까. 단순히 개별 작품의 문제일까, 아니면 재패니메이션 자체의 문제일까.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일본과 환경이 다르다. 한국에선 극장까지 찾아가 애니메이션을 볼 성인 관객 숫자가 극히 제한돼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이런 현실을 감안해도 두 작품의 흥행 참패는 의외다. 앞으론 달라질 것이다. 하나의 기폭제만 있다면 재패니메이션이 국내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기폭제로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포켓 몬스터>를 꼽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오는 23일 개봉할 화제작 <포켓 몬스타_뮤츠의 역습>는 인기 TV 시리즈를 극장용으로 만든 것으로 세계적인 빅히트를 기록했다. 지난 99년 세계적인 시사주간지 <타임>에서 포켓 몬스터 인기 캐릭터 가운데 하나인 피카츄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할 정도였다.



<포켓 몬스터>는 이미 흥행 실패를 맛본 <무사 쥬베이>나 <인랑>과는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어린이용인 때문이다. 국내 어린이들도 TV와 각종 캐릭터 상품을 통해 포켓몬 열풍에 이미 동참한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이 때문에 <포켓 몬스터>의 흥행 성적을 단순히 재패니메이션의 시장 규모로 단정지을 순 없다.

애니메이션 관계자들은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의 흥행 결과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살아있는 전설로 추앙받고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대표작인 때문이다.

<원령 공주>(일본 제명 모노노케 히메) <미래 소년 코난>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의 토토로> <붉은 돼지> <마녀 배달부 키키> 등 숱한 대표작을 통해 미야자키 하야오는 할리우드 디즈니도 흉내내지 못하는 독특한 세계를 구축했다. 그 중심에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가 있다. 물론 대중적인 흥행에선 <원령 공주>가 앞서나 <원령 공주>는 현 규정으론 국내 개봉할 수 없는 작품.

따라서 국내 팬들은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로 만족해야 되는 상황이다.

그만큼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세계가 응집된 작품이다. 자연을 사랑하는 소녀 나우시카의 활약과 헌신적인 희생으로 바람 계곡을 전설의 재앙에서 구한다는 내용으로, 현대 문명의 폐단을 심층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는 현대 문명 사회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묵시론적 세계관을 담고 있으면서도 재미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데서 재패니메이션의 장점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실사 영화보다 훨씬 깊이 있는 세계관을 펼쳐보이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의 흥행 성적은 재패니메이션의 국내 상품 가치를 측정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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