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에 선보일 한국 영화는 <불후의 명작>과 <자카르타> 등 딱 두 편이다.
내년 1월에 개봉 대기 중인 한국 영화가 10여 편 가량 되는 것과 비교하면 적은 숫자다. 그러나 두 작품 모두 독특한 개성을 뽐내고 있어 관객을 허전하게 만들진 않을 전망이다. 박중훈 송윤아 주연의 <불후의 명작>은 스타 시스템을 택했으면서도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멜로물이다.
임창정 윤다훈 김상중 등 일곱 배우가 공동 주연한 <자카르타>는 치밀한 이야기 구조가 돋보이는 새 스타일의 범죄영화다. 웬만한 코미디물만큼 자주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나 정작 작품이 노리는 것은 관객과의 ‘퍼즐게임’이다.
▨ <불후의 명작>
감독: 심광진, 제작: 시네마서비스
주연: 박중훈 송윤아(23일 개봉 예정)
3류 영화 감독 박중훈(인기 역)과 대필 작가 송윤아(여경 역)가 영화를 구상해 시나리오로 옮기는 과정과 두 사람의 엇갈리는 사랑을 담은 작품이다.
따라서 <불후의 명작>은 액자영화와 영화계 현실 묘사라는 두 가지 독특한 형식을 띠고 있다.
영화계 현실을 묘사했다고 해서 할리우드의 <플레이어>(94년)처럼 비판적이거나, 한국의 <죽이는 이야기>처럼 풍자적으로 그린 것은 아니다. 결코 환영할 수 없는 현실임을 직시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여기에 <불후의 명작>의 특징이 있다. <불후의 명작>은 누추한 삶과 현실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고 있다.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이 최고 걸작’이라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듯한 작품이 바로 <불후의 명작>이다.
영화 속 영화인 ‘액자영화’라는 형식 속에서도 <불후의 명작>의 이런 특징은 그대로 드러난다. 사라져가는 대중 문화의 한가지인 서커스를 액자영화를 통해 그렸다. 2억 원이나 투입해 만든 액자영화 속에서도 누추한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그대로 살아 있다.
<불후의 명작>이 멜로물일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박중훈과 송윤아의 사랑. 그러나 두 사람의 사랑은 엇갈린다. 80년대 초반에 인기를 모았던 노래인 함중아의 <내게도 사랑이>가 흐르는 가운데 두 배우는 예쁜 사랑을 변주한다. 그러나 결과는 누추한 현실의 재확인일 뿐.
감독은 힘든 삶에서도 희망과 여유를 잃지 않는 박중훈을 통해 수 많은 ‘보통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으며, 박중훈 또한 ‘오버 연기’의 유혹을 뿌리치며 <불후의 명작>을 자신의 영화로 만들었다. 이번이 세번 째 영화 출연인 송윤아는 이제야 비로소 진정한 ‘데뷔 영화’를 갖게 됐다./
▨ <자카르타>
감독: 정초신, 제작: 시네마제니스, 필름지
주연: 임창정 김상중 윤다훈 진희경 이재은(30일 개봉 예정)
영화 팬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작품이 있다. <유주얼 서스펙트> <저수지의 개들> <록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범죄를 묘사해 관객을 사로잡았던 걸작들이다.
이런 작품들을 보며 ‘한국영화는 저런 작품 안만드나"라는 생각을 했던 관객을 타깃으로 만든 영화가 <자카르타>다. 물론 열악한 제작 시스템에서 비롯된 차이를 무시할 수 없지만.
<자카르타>는 세 팀의 강도들이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투자금융사 금고를 터는 사건을 도입부에 저질러놓는다. 그리곤 얽힌 실타래처럼 복잡한 사건을 라스트신까지 하나씩 풀어간다. 따라서 <자카르타>는 퍼즐게임을 푸는 것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범죄 세계에서 ‘자카르타’는 완전 범죄를 의미하는 속어로 사용된다(물론 외국에서만). 그것을 그대로 제목으로 차용한 영화인 만큼 <자카르타>는 완전범죄를 묘사하고 있다.
공교롭게 세 팀의 완전 범죄가 얽혀 있으니 사건은 복잡하고, 이 덕택에 <자카르타>는 상투성을 벗어나 영화적 재미를 획득한다.
<자카르타>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시나리오와 일곱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다.
세 완전범죄가 얽키고 설키는 과정을 영화는 치밀하게 짜맞췄다. 그 것을 풀어헤치는 과정 또한 허술하지 않아 관객들은 아주 적당한 선에서 지적인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일곱 도둑은 임창정 김상중 윤다훈 김세준 박준규 진희경 이재은. 이름 나열 만으로도 굵직한 개성들이 충돌할 듯한 느낌을 물씬 풍긴다. <자카르타>에선 이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TV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윤다훈은 스크린에서도 여전히 웃기고, 항상 부지런한 임창정은 <자카르타>에서 더 성실히 카메라 앞에 섰다. 심각한 분위기가 앞서던 김상중은 머리 염색한 모습까지 보여주는 노력을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