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섭정으로 권력행사 하면 하나님자리 대신 하는일"

2000-11-2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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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회 세습’ 반대운동 목회자 2인

▶ 동안교회 김동호 목사

"목사는 하나님을 위해 충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끝날 때를 알고 충성해야지요. 그만 하라는데도 충성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모세는 40년을 충성하고 가나안땅을 눈 앞에 보면서도 하나님이 그만 두라니까 여호수아를 후계자로 세우고 느보산에서 죽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목사들이 느보산에서 죽으려 하지 않고 가나안 땅에까지 들어가려 한다는데 문제가 있어요. 훌륭한 사람은 끝이 있어야 합니다"

김동호목사는 "광림교회가 부자세습이 아니면 김정일도 부자세습 아니다"라고 선언할 정도로 이 문제에 관해 단호하다. 담임목사가 왕과 같은 권력을 가진 교회는 세습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 그는 "이런 목사는 교회법에 따라 은퇴는 해도 원로목사로 추대받고 아들을 후임으로 세워 섭정으로 완벽하게 권력행사를 하는데 이것은 목회자가 하나님의 자리를 대신하는 일이므로 교인들 스스로 깨어서 이 일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상의 리더십은 없어선 안될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한국교회에 있어서 진정한 리더십은 ‘있으나마나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나 없이는 안되는 자리를 만들어 놓으니까 은퇴할 때 문제가 되는겁니다"


목사도 ‘전문직업인’이라고 주장하는 김목사는 "직장서 은퇴한 사람은 나가면 그것으로 끝인데 왜 목회자만 자기 교회라고 착각하고 포기하지 못 하는가"라고 반문하고 이것은 "너무 충성한 사람들이 흔히 보이는 오류"라고 지적했다.

"한국 교회의 목회자들은 모두 일 중독에 걸려 있습니다. 장로들도 교회일에 너무 봉사하는 것이 문제가 되곤 하지만 열심히 일한 목사들도 은퇴후 금단증세를 보이지요. 그런데 이것은 믿음 때문이 아니라 자기만족 때문입니다"

김목사는 "많은 비신자들이 대형교회를 재벌이나 북한과 꼭 닮았다고 손가락질하고 있어 전도에 치명적"이라고 설명하고 "지금의 반대운동이 당장 세습을 막지는 못해도 여론이 커짐에 따라 일부 교회의 일방통행에 상당한 부담과 저항을 주게 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충현교회에 교인이 크게 줄어든 것 처럼 시간이 가면서 세습교회가 잘 안 되는 걸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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