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신대 여성 돕기 콘서트는 동경 국제법정에 강력 메세지"

2000-09-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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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OC서 연주회 갖는 홍순관씨

노래꾼 홍순관씨와 이야기를 나누면 부끄러워진다.

그는 언제나 사람들이 덮어두고 지나가자고 하는, 배웠다는 사람들일수록 고개를 돌려 버리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치부를 자꾸 들여다보고 함께 이야기하자고 하기 때문이다.

IMF이후 끈질기게 계속해온 결식학생돕기 ‘소년의 밥상’ 콘서트가 그렇고, 5년째 한국사회를 깨워온 정신대 여성돕기운동 ‘대지의 눈물’이 그중 한 부분이다. 홍씨는 그 ‘부담스런’ 일을 이제 LA에 있는 한인들에게까지 들고 왔다. 함께 해결하자고...


"90년 정신대에 관해 첫 증언을 한 김학순 할머니의 말씀이 화두가 되어 저를 깨웠습니다. 당신들이 배웠다는 사람들이냐, 그래, 배웠다는 것이 어떻다는 것이냐, 우리같은 사람 하나 돕지도 못하면서..." 그는 이 말을 이렇게 바꾸었다. "교회가 소외된 사람들을 모른 척 한다면, 교회라는 것이 어떻다는 것입니까, 노래를 한다는 사람이 시대의 아픔을 모른 척 한다면, 그래, 노래가 어떻다는 것입니까?"

20일 오렌지한인교회에서, 21일 윌셔연합감리교회에서 열리는 정신대여성 국제법정기금 모금 콘서트에서 홍순관씨는 이러한 아픔들을 함께 공유하고 치유하는 ‘노래와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신대 할머니들이 모여 사는 ‘나눔의 집’에서 8년동안 찍은 변영주감독의 다큐멘터리(’낮은 목소리-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의 일부를 상영하는 시간도 있고, 강덕경할머니와 김순덕할머니가 그린 그림과 실제 사진을 합성한 ‘못다 핀 꽃’의 영상이야기도 있다.

이 콘서트에서 한국 개신교계 최고의 지도자로 꼽히는 김진홍목사가 설교해준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되었다고, 그는 솔직하게 말한다. 어느 누구도, 유명한 목사들일수록 더욱, 아는 체도 하지 않던 상황에서 혹시나하며 두레마을로 이메일을 띠웠는데 "명분이 바르다"는 단순한 이유로 곧장 수락의 뜻을 전해온 김목사의 답신을 받고는 정말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는 것이다.

12월7일부터 동경에서 열릴 국제법정은 여러 피해국가들이 수년간 준비해온 인권재판이다. 법적 구속력이나 집행력은 없으나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와 압력을 일본에 가하고 국제적으로도 이슈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한국에서는 15명의 정신대 할머니들이 참가, 이중 2명이 증언하게 된다.

현재 한국에 생존해있는 정신대 여성은 140명 정도. 그러나 고령과 건강문제로 숫자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어 일본의 사과와 배상을 받아내는 일이 시급하다고 설명한 홍씨는 2년전 타계한 김학순 할머니를 그리며 "그 분처럼 곧은 정신으로 용기있게 증언할 사람이 이젠 몇 분 없다는 사실이 가장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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