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지의 눈물

2000-09-1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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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대여성 국제법정기금 모금 음악회

▶ 20~21일 LA*OC 두차례

’누가 이 소녀들의 영혼을 앗아갔는가?’

10대에 끌려가 모진 고통을 당했던 정신대 여인들을 국제법정에 세우기 위한 기금 모금음악회 ‘대지의 눈물’이 20일과 21일 오후7시 OC의 오렌지한인교회와 LA의 윌셔연합감리교회에서 두차례에 걸쳐 열린다.

크리스천 가수 홍순관씨가 노래하고, 두레마을 대표 김진홍목사가 설교하는 이 콘서트는 남가주한인연합감리교회 여선교회연합회(회장 이봉조)가 주최하며 모아진 기금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추진중인 ‘2000년 일본군 성노예전범 국제법정’의 투쟁기금으로 사용된다.


12월7일부터 11일까지 일본 동경에서 열리는 2000년 국제법정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7개 피해국이 공동개최하는 국제인권재판. 목적은 일본군 위안부제도의 성립과 강제연행, 위안소 생활, 각국의 진상규명작업을 통해 일본에 전쟁범죄의 책임을 묻고 일본정부의 비도덕성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것이다.

정신대 피해여성은 15-20만이었던 것으로 추산되는데 그중 80%가 한국여성들이었고 10대의 어린 나이로 끌려간 이들 대다수는 전쟁이 끝난후 현지에 버려지거나 사살돼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이같은 전쟁범죄를 부인하고 사죄와 배상을 거부하고 있으며 한국정부는 일본과의 정치적 관계 때문에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에서 수년간 정신대 할머니들을 위하여 운동을 벌여온 홍순관씨에 따르면 정신대문제는 90년 김학순 할머니의 첫 증언으로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그 이후 한국정부는 위안부들에게 월 15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했으나 현재 70-80세의 고령에다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고 가족에게조차 버림받은 이들은 생존이 어려운 형편이었고 홍씨는 이들을 돕기 위해 95년 가스펠 콘서트 ‘대지의 눈물’ 모금공연을 시작했다.

20회쯤 공연했을 때 일본의 국민기금이 한국의 160여 위안부를 매수하기 위해 일인당 3,000만원의 보상금을 제시했다. 이 보상금을 막기 위해 더 많이 모금해야 했다는 홍씨는 3년동안 전국을 순회하며 ‘대지의 눈물’ 100회 공연을 완료, 10억원을 모아 정대협에 전달해 한국사회를 놀래켰다.

"할머니들이 돈을 받고 입을 다문다면, 혹은 모두 돌아가시고 난 후에 일본이 이제 진상규명을 하자고 한다면 누가 증언대에 설 수 있겠느냐?"고 발을 동동 구르는 그는 또 다시 국제법정 기금모금을 위해 국내외로 뛰고 있다.

그 외에도 결식학생돕기 순회콘서트 ‘소년의 밥상’을 진행중인 홍순관씨는 또한 시인이고 국악인, 방송진행자이며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을 가진 ‘크리스천 운동가’로서, 그런 면에서 낮고 천한 사람들을 위해 기독공동체운동을 벌여온 김진홍목사와의 만남은 특별한 감동을 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은 "정신대 문제는 단순한 불우이웃돕기가 아니고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말한다. 내 언니, 내 어머니, 내 할며니였던 이 여인들의 한 맺힌 절규를 외면하고 역사의 사생아로 묻어버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특별한 역사의식 없이 살아왔어도 우리사회 한구석에서 일어났던 만행에 조금이라도 아픔이나 책임감을 느낀다면, 또한 이러한 비극이 다시는 이 땅에서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면, 이 운동에 동참할 수 있다. 한인사회에 수많은 모금행사가 줄을 잇지만 이런 운동에는 너나 할 것 없이 마음과 기금을 모아야 할 것 같다.

한편 홍순관씨는 10월1일 나성동부영락교회에서 복음성가가수 한 웅씨, 에바선교사와 함께 ‘대지의 눈물’ 공연을 또 한차례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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