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영화 ‘블러드 심플’ (Blood Simple)
★★★★(별5개 만점)
영화 ‘파고’(96)를 만든 코엔 형제의 1984년 데뷔작으로 이번에 원작에서 군더더기를 5분 제거한 디렉터스컷으로 재상영된다. 형 조엘이 감독하고 동생 이산이 제작했는데 극본은 둘이 함께 썼다.
원전에 없던 코믹한 영화 소개가 있는 이 작품은 살인과 유혈, 스릴과 서스펜스 그리고 유머와 위트를 절묘하게 혼성한 히치콕풍의 필름느와르로 플롯이 어찌나 배배 꼬였는지 한치 앞을 예측하기가 힘들다. 제목은 ‘붉은 수확’등 미 탐정소설의 대가였던 대쉬엘 해밋이 만든 말로 살인 후에 오는 불안과 정신적 혼란을 뜻한다.
텍사스의 이름 모를 깡촌에서 ‘네온 부트’라는 술집을 경영하는 줄리안(댄 헤데야)은 싸구려 사립탐정 빗서(M. 에펫 윌쉬의 천박하면서도 간악하고 달관한 듯한 연기가 압도적이다)에게 자기 아내 애비(프랜시스 맥도만-‘파고’로 오스카 주연상을 받은 그는 조엘의 부인)의 뒷조사를 의뢰한다. 애비는 남편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바텐더 레이(존 게츠)가 모는 차를 타고 휴스턴으로 내빼던 중 둘이 눈이 맞아 모텔에서 정사를 나눈다.
줄리안은 빗서가 찍어온 아내의 섹스 사진에 이를 갈며 아내와 레이를 모두 죽여달라고 빗서에게 요구한다. 대가는 1만달러. 그런데 사악 간교한 빗서는 레이와 애비가 함께 누워 있는 장면을 찍은 사진을 조작해 임무를 끝냈다고 줄리안에게 건넨 뒤 돈을 받고 줄리안을 쏴 죽인다. 빗서가 쏘고 현장에 남겨놓은 권총은 애비의 것. 한편 한밤 술집에 들른 레이는 애비가 줄리안을 죽인 것으로 생각하고 마티의 시체를 들판에 묻으려고 차에 싣고 가는데 죽은 줄 알았던 줄리안이 살아나면서 또 한차례 살인행위가 저질러진다.
2중3중의 배신과 욕정과 간통 그리고 질투와 유혈살인이 판을 치는데 레이와 애비와 빗서 3인은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면서 자기가 저지른 일 외에는 도대체 누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몰라 전전긍긍해 한다. 이들 3인의 관점을 통해 사건을 엮어가면서 관객에게 계속 궁금증을 안겨주는데 코엔 형제는 피 속에 천연덕스러운 새카만 유머를 반죽해 가며 관객을 짓궂게 희롱하고 있다.
냉소적이요 간단명료한 글과 함께 촬영과 음향효과도 뛰어나다. 어두운 핑크와 곰팡이색 초록 그리고 음산한 푸른빛과 형광빛이 주조를 이루는 컬러와 로앵글, 급선회 등을 사용한 유연한 촬영은 이제는 감독이 된 배리 소넨펠드(‘겟 쇼티’ ‘멘 인 블랙’)가 했다. 그리고 천장에 매달린 선풍기의 불길한 소리, 석유 채굴기의 둔중한 소리, 사람을 생매장한 흙더미를 내리치는 삽소리 등이 살인과 음모의 분위기를 한껏 부추겨준다.
스타일이 너무 세련돼 오히려 거부감이 가고 첫번 봤을 때보다는 신선감이 덜하나 재미와 공포가 가득한 독창적 작품이다. 등급R. 20일까지 뉴아트(11272 샌타모니카. 310-478-6379)
<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