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3,500억달러 투자에도 무역장벽 낮추라는 미국… 긴장감 고조

2026-04-06 (월) 12:00:00 서울경제=조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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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USTR, NTE 보고서로 압박

▶ 60개 주요 교역국 무역장벽 발표
▶ 한국 파트 작년 7쪽서 올해는 10쪽
▶ 미국산 밥쌀 입찰 불합리 꼬집고
▶ 고정밀 지도 국외반출 제한 지적
▶ 데이터·노동까지 전방위로 압박

미국 정부가 우리나라의 고정밀 지도와 농산물, 인공지능(AI) 인프라, 철강 등을 무역장벽으로 지목했다. 지난해 11월 우리 정부가 미국에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지만 미국의 공세는 오히려 강화되는 모습이다.

1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3월 31일(현지 시간) 2026년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NTE 보고서)를 발간했다. 매년 발표되는 NTE 보고서는 USTR이 60개 이상 주요 교역국의 무역장벽을 기술한 것이다. 미국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 관세 협상 등이 이 보고서에 기반해 진행된다.

눈에 띄는 점은 한국의 무역장벽을 서술한 파트가 지난해 총 7쪽에서 올해는 10쪽으로 대폭 늘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이 미국의 대(對)한국 상호관세 및 자동차 품목관세 인하를 대가로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고 각종 비관세 장벽을 완화하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지적은 더 늘어난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미 전략적 투자와 비관세 관련 합의 사항, 비시장 정책 및 관행, 노동, 환경 등 분야를 주요국 대상 서술에 새로 추가하면서 전체 분량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USTR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미국산 밥쌀 판매 입찰 과정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국가별 쌀 수입 쿼터(CSQ)를 책정하고 매년 13만 2304톤 수준의 미국산 쌀을 수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USTR 측은 “미국산 밥쌀 판매 입찰 중단이 잦아 시장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물량 대부분이 주정용으로 사용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정치적 민감성을 이유로 한국의 쌀 수확기인 11월께에 미국산 밥쌀 판매를 반복적으로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대두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2026년부터 대두 수입량을 WTO 최소 할당량인 18만 5787톤으로 제한해 미국의 대한국 대두 수출량이 약 3만 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공공 부문에서 AI 인프라를 조달할 때 우리 정부가 외국 기업을 차별한다는 문제 제기도 새롭게 나왔다.

USTR은 “지난해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및 클라우드에 대한 입찰 공고를 냈는데 국내 업체만 참여할 수 있게 했다”며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업체(CSP)들의 참여를 배제했다”고 밝혔다.


NTE 보고서는 “한국이 공정하고 안전한 무역 관계를 보장하기 위한 비(非)시장 정책 및 관행(NMPP)에 대한 충분한 조치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며 ‘무역법 301조 조사’의 배경이 된 철강 과잉생산 및 강제 노동도 꼬집었다. 정부 보조금, 저리 대출 등 NMPP가 철강 과잉생산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에 대한 압박 수위도 높아졌다. 올해 NTE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 허가 승인을 조건으로 국내 데이터센터 설립 의무화와 같은 사실상 외국 기업에 불리한 조건을 부과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의 구체적인 조건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는 지난해 관련 항목에는 없었던 문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조만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를 개최해 비관세 장벽 관련 합의 사항 이행 계획을 확정하고 한미 통상 환경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경제=조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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