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릭 나 EMP 파이낸셜 공동대표
우리가 은퇴 자금을 준비하면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상품 중에 하나가 어뉴이티라는 개인연금이다. 어뉴이티 개인연금은 금리가 높고 낮음에 따라서 수익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미국 금리가 수십 년 만의 고점 수준을 유지하는 지금, 수 년 전 저금리 시대에 가입한 어뉴이티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상당한 기회 손실일 수 있다.
어뉴이티(Annuity)는 보험사에 목돈을 납입하고, 일정 기간 또는 평생에 걸쳐 정해진 금액을 지급받는 미국의 대표적 은퇴 소득 상품이다. 크게 고정형(Fixed), 변액형(Variable), 지수연동형(Fixed Index Annuity)으로 나뉘며, 각각의 구조와 보장 수준이 다르다. 그런데 이 상품의 수익성과 지급률은 계약 시점의 금리 환경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저금리 시기에 가입했다면, 지금 새로 가입하는 것과 조건이 크게 다를 수 있다.
보험사는 어뉴이티 납입금을 주로 회사채와 국채 등 채권에 투자해 운용한다. 따라서 계약 당시의 채권 수익률이 높을수록 보험사는 가입자에게 더 높은 연간 지급률(Payout Rate)과 이자율을 제공할 수 있다. 2010년대 초중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1~2%대에 머물렀을 때 가입한 고정형 어뉴이티의 보장 이율은 2~3%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2024~2026년 현재와 같이 기준금리가 4% 중반대를 유지하는 환경에서는 동일한 상품 구조로도 4.5~6%대의 이율이나 지급률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0년 전 2.5% 고정 이율로 가입한 50만 달러 어뉴이티와, 현재 5.2% 이율로 새로 가입한 동일 금액의 어뉴이티를 10년간 비교하면, 수령 총액 차이가 수십만 달러에 달할 수 있다. 이 차이는 복리 효과와 함께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진다. 기존 어뉴이티에서 새 계약으로 옮길 때 많은 이들이 세금 부담을 우려한다. 그러나 미국 세법 제1035조(Section 1035 Exchange)는 어뉴이티 간 이전을 세금 이연(tax-deferred) 방식으로 허용한다. 즉, 기존 계약의 누적 수익에 대한 세금을 즉시 납부하지 않고 새 계약으로 자산 전체를 이전할 수 있다.
이는 장기 투자자에게 매우 강력한 수단이다. 단, 기존 계약의 해지 수수료(Surrender Charge) 기간이 아직 남아 있다면, 이전 시 해지 패널티가 발생할 수 있어 반드시 계약 조건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현재의 금리 상태로 보면 지수연동형(FIA) 재가입의 기회이다. 고정지수연동 어뉴이티(Fixed Index Annuity)는 S&P 500 등 주가지수 성과에 연동하되, 원금 손실 없이 일정 수준의 수익을 보장하는 구조다. 금리가 높을수록 보험사가 옵션 전략에 배정할 수 있는 예산이 늘어나, 가입자에게 제공되는 참여율(Participation Rate)이나 상한(Cap Rate)이 높아진다. 저금리 시기에 가입한 FIA의 캡이 연 3~4%였다면, 현재 환경에서는 연 8~12%까지 허용하는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이는 같은 구조라도 잠재 수익의 천장이 크게 달라짐을 의미한다.
물론 어뉴이티 재가입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계약의 잔여 해지 수수료, 보장된 최저 소득 혜택(GLWB, Guaranteed Lifetime Withdrawal Benefit)의 누적 가치, 기존 계약에 포함된 라이더(Rider) 혜택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해야 한다. 오래된 계약에는 지금은 판매되지 않는 유리한 조건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금리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이전을 결정하기보다, 독립 재무 어드바이저(Independent Financial Advisor)나 보험 전문가와 함께 현재 계약서를 들고 비교 분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금리 환경은 언제든 변한다. 연준이 금리 인하 사이클로 전환하면, 지금과 같은 조건의 상품은 다시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 은퇴를 앞둔 투자자라면, 서랍 속에 잠들어 있던 어뉴이티 계약서를 꺼내 지금의 시장과 비교해볼 적기다. 보험상품은 항상 진화하고 새롭게 재 정비된다. 예전에 가입했던 생명보험이나 개인연금 상품을 다시 한번 재검토하고 현재 나와 있는 상품들이 더 득이 된다면 갈아타는 것이 맞을 것이다. 단지 보험 에이전트들이 새로운 상품에 가입하게 해 돈을 더 벌려고 한다는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새로운 상품에 재 가입하는 것이 정말로 나에게 이득이 되는가를 살펴보고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요즘처럼 물가가 많이 오르고 생활하기가 빠듯한 시기에는 얼마라도 나에게 더 수익이 되는 것이라면 찾아보고 잘 챙기는 것이 중요 할 것이다.
문의 (213)215-5473
erah@emp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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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나 EMP 파이낸셜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