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피살 겁나 합의 희망 은폐”
▶ 이란군 “유가·호르무즈 둘 다 결정”
▶ 백악관 “5월 14·15일 트럼프 방중”

26일 이란 수도 테헤란 거리에서 일부 시민들이 모즈타바 최고지도자의 초상을 들고 반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개전 한 달이 임박한 전쟁을 끝낼 협상이 정말 진행되고 있는지를 둘러싸고 미국과 이란 간 진실공방이 치열하다. 종전 합의를 간절히 바라는 이란이 요청해 대화가 시작됐다는 게 미국 주장이지만, 이란은 대화도 대화할 의향도 없다며 협상 개시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미국은 전쟁을 이유로 미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일정을 5월 중순으로 다시 잡아 공개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점”이라며 구체적 협상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레빗 대변인은 이번 주말 파키스탄 회담설 등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는 대면 협상 관련 추측들에 대해서도 “백악관이 공식 발표할 때까지 어떤 내용도 공식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물밑에서 종전을 위한 무엇인가가 은밀하게 진전되고 있는 것처럼 비치도록 짐짓 진지한 분위기를 연출한 셈이다.
그러나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생산적 대화” 얘기를 꺼냈을 때부터 일관되게 협상의 실체를 부정해 온 이란은 이날도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자국 국영TV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과 진행 중인 대화는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다양한 중재자를 통해 메시지가 전달되고는 있지만 메시지 교환이 협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과 직접 대화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도부가 중재국을 통해 미국이 제시한 평화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만 사실로 인정했을 뿐이다.
진실 게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국공화당의회위원회(NRCC) 만찬 행사에서 “이란은 매우 간절히 합의를 원하지만 자국민에게 살해될까 봐 두려워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이란은 우리에게 살해당하는 것도 무서워하고 있다”며 “참고로 그들은 지금 협상 중”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날 이른 오전에도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에 이란이 “우리에게 합의해 달라고 ‘애원’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공개적으로 단지 ‘우리의 제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이란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틀렸다!!! 너무 늦기 전에 빨리 진지해지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되돌릴 수 없고 결코 좋게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썼다.
양측 모두 정치적 동기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예민해하는 것은 시장 반응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가 일으킨 전쟁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에너지 요충지 호르무즈해협의 경색으로 이어져 유가가 치솟고 주가는 빠졌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겐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게 급선무다.
이란은 정반대다. 유가가 고공비행해야 트럼프 대통령의 조바심을 자극할 수 있다. 가뜩이나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경우 권력 기반도 흔들린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각자의 전략이 제가끔 타당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란이 대면 회담 가능성을 부정한 만큼 대면 회담설은 빗나갈 수 있다. 그러나 이란도 중재국을 통해 메시지가 오간다는 사실은 인정한 이상, 협상이 아예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심지어 전쟁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졌다는 게 양측의 공통된 판단일 경우 까다로운 논의는 미루고 전쟁 중단이라는 최소한의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이스라엘 역시 이번 주말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휴전 선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그전까지 이란에 치명적 타격을 입히는 작전 계획을 수립했다고 현지 채널12 방송이 이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