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가 폭등에 항공료 인상·노선축소 현실화”

2026-03-23 (월) 12:00:00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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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제트유 가격 40% 이상 올라
▶ 항공사, 유류할증료 인상나서

▶ 버뱅크 등 중소노선 감축 우려
▶ “항공업계 전례없는 위기 직면”

“유가 폭등에 항공료 인상·노선축소 현실화”

중동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국제유가가 치솟고 항공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대형 항공사는 물론 남가주 지역 소형 항공사들까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가주의 한 공항 전경. [로이터]

중동 정세의 극단적 불안이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과 함께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국제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전 세계 하늘길마저 멈춰 세울 기세다. 치솟는 국제 유가에 항공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대형 항공사는 물론 남가주 지역 소형 항공사들까지 경영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에 따르면 중동의 에너지 인프라 타격 우려로 유가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9일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8.65달러를 기록하며 전장보다 1.2% 상승했다. 장중 한때는 배럴당 119.13달러까지 치솟으며 2022년 7월 이후 최고치에 육박하는 등 시장의 공포를 반영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장중 100달러 선을 상회하다 96.14달러로 마감했으나, 브렌트유와의 가격 격차가 11년 만에 최대치로 벌어지는 등 비정상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유가 폭등은 항공사들에 즉각적인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항공사 운영 비용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연료비가 급증하면서 수익 구조가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툴레인 대학교의 디에고 부프킨 교수는 “유가가 급등하면 항공사들은 지체 없이 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다”며 “항공사들은 마진이 극도로 낮기 때문에 비용 상승을 감내할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LAX)을 비롯한 남가주 지역 공항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LA 타임스에 따르면, 분쟁 시작 이후 LA 지역의 제트유 가격은 40% 이상 폭등했다. 캘리포니아는 지리적 특성상 타 주와의 송유관 연결이 제한적이고 해상 운송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아, 중동발 물류 위기에 더욱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의 개솔린 평균 가격이 갤런당 5.52달러(전국 평균 3.71달러)를 기록하는 등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항공유 가격마저 타 주에 비해 월등히 높게 형성되면서 지역 항공사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유나이티드 항공의 스콧 커비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연료비 급등이 회사의 재무 결과에 “유의미한(meaningful)” 타격을 줄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비용 압박을 견디지 못한 항공사들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에어 인디아와 캐세이퍼시픽 등 외항사들은 이미 유류할증료 인상을 단행했으며, 미국 내 주요 항공사들도 다가오는 여름 휴가 시즌을 겨냥해 티켓 가격과 각종 수수료를 줄인상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소형 항공사와 저비용 항공사(LCC)들이다. 수익성이 낮은 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노선 폐쇄나 운영 중단 검토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버뱅크, 샌호제, 프레스노 등 캘리포니아 내 중소형 허브 공항을 연결하는 노선들이 가장 먼저 감축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피릿 항공과 같은 저가 항공사들의 경우, 고유가 지속 시 일부 구간의 운항을 잠정 중단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고유가 장기화와 항공료 상승이 관광·서비스 산업 전반의 성장세를 꺾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앨런 파이얼 센트럴 플로리다 대학교 부학장은 “수요를 꺾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경기 침체”라며, 고유가가 촉발한 인플레이션이 경기 하강으로 이어질 경우 항공업계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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