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러 우크라 침공 땐 배럴당 120달러대…이번엔 ‘오일 패닉’ 없다?

2026-03-03 (화) 08: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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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이란 공습 나흘째 유가 80달러대

▶ “과거 석유파동 때보다 충격 덜해” 평가
▶ 장기화시 LNG는 ‘공급 대란’ 우려

러 우크라 침공 땐 배럴당 120달러대…이번엔 ‘오일 패닉’ 없다?

[로이터]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에너지 가격 급등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1970년대 오일 쇼크 등과 비교하면 지금까지는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 "공습이 (현지시간 기준) 나흘째로 접어들며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운송 중단과 에너지 인프라 파괴 등 애초 예상됐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지만, 정작 패닉의 징후는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국제 유가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한국 시간 기준 3일 오후 8시20분 2024년 7월 이후 최고치인 배럴당 85.12달러를 기록했다가 다소 하락해 4일 오전 10시51분 현재 82.5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공격이 시작되면 바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로 급등할 것이라는 시장 일각의 예측과 어긋나는 것이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당시 유가(배럴당 128달러)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라고 FT는 평가했다.

◇ 중동산 원유 의존도 낮아져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국제 유가가 약 30% 급등했지만, 과거 오일 쇼크 때와 비교하면 상승 폭이 훨씬 작다.

국제 유가는 1973∼1974년 1차 석유 파동 때 260% 치솟았고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당시에도 약 160% 급등했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1990년에는 유가가 180% 뛰어올랐다.

FT는 이번에 유가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이유로 선진국 경제가 1970∼1990년대보다 중동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많이 줄었고 미국·브라질·캐나다 등이 생산하는 석유가 대체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또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물가 상승 악재를 막고자 미국의 전략 비축 석유를 풀어 유가 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시장 기대감이 적잖고, 석유 업계가 코로나 등 위기를 거치며 단기 공급난에 대한 대응 역량을 높인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관건은 이번 충돌로 인한 공급망 차질이 얼마나 길게, 심각하게 계속될지에 달렸다는 게 분석가들의 설명이다.


시장조사업체 웰리전스의 카를로스 벨로린 애널리스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신중한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현재로는 긴장 완화를 위한 움직임은 없고, 이란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란이 협상 국면에 대비해 최대한의 우위를 확보할 목적으로 공격 수위를 대폭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이번 주말까지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후반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S&P 글로벌 에너지의 왕 주웨이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박 운행이 비교적 빨리 재개될 경우 유가가 80∼90달러 선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기본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는 물류 중단 사태가 장기화하면 유가가 100달러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 천연가스 가격은 2배 급등

천연가스는 유가보다 더 큰 변동을 보이고 있다.

유럽 가스 거래 중심지인 네덜란드 TTF 거래소에서 현지시간 3일 천연가스 선물(4월물) 가격은 장중 ㎿h(메가와트시)당 63.75유로까지 치솟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전(31.96유로)과 비교해 갑절로 뛰었다.

FT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생산 시설 파괴 등 여파로 천연가스의 연간 공급 손실량이 1천200억 큐빅미터로 예측된다고 전했다. 이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800억 큐빅미터)보다 손실 규모가 큰 것이다.

세계 2위 LNG(액화천연가스) 수출국인 카타르가 지난 2일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주요 LNG 시설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 시장 불안과 가격 급등을 촉발했다.

수입국 사이에는 공급난이 길어지면 가격이 급등한 LNG 대신 석탄으로 화력 발전소를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이번 사태의 영향으로 유럽이 러시아산 가스의 단계적 '퇴출' 계획을 유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LNG 부족으로 에너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발생할 경우 퇴출 계획을 늦출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안나-카이사 이트코넨 대변인은 이런 관측과 관련해 "현재 공급 부족이나 비상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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