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가온, 자랑스러워” 먼저 다가가 포옹한 클로이 김의 ‘품격’
2026-02-14 (토) 12:00:00
김진주 기자
▶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3연패 실패
▶ ‘최가온 활약 기대’ 세대교체 수용
“내가 영원히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훌륭한 선수들에게 (정상의 자리가) 넘어간다는 사실이 기쁘다.”
지난 8년간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를 지배해온 클로이 김(25·미국)의 ‘라스트 댄스’는 경기 내용만큼이나 품격 있는 매너로 깊은 여운을 남겼다.
클로이 김은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88점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스노보드 최초로 ‘올림픽 3연패’라는 대업에 도전했던 클로이 김은 2차 시기까지만 해도 선두를 달렸지만, 3차 시기에서 최가온(18·세화여고·90.25점)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자신을 우상으로 삼아 성장한 후배에게 제왕의 자리를 물려준 그는 레이스를 마치자마자 최가온에게 먼저 다가가 축하를 건네며 포옹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올림픽에서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면 아쉬움이 클 법도 했지만, 그는 끝까지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경기 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가온이) 매우 자랑스럽고, 앞으로의 활약이 더 기대된다”며 “나는 여기 있을 수 있어 행복했고, 좋은 경기로 메달을 가져가게 돼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특히 최가온을 ‘마이 베이비(My baby)’라고 표현하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클로이 김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최)가온이는 ‘마이 베이비’”라며 “내가 멘토들을 넘어뜨렸을 때 그들이 어떤 기분이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처음 느끼는 감정인데, 정말 특별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내 멘토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가온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가온의 성장 과정에서 클로이 김은 없어선 안 될 존재다. 해외 훈련 도중 부상을 당했을 때 통역을 자처했고, 식사 자리에서 함께 밥을 먹으며 아낌없는 조언을 건넸다. 지금의 최가온을 있게 한 지도자이자, 미국 매머드 마운틴의 스노보드·프리스타일 스키 디렉터 출신의 벤 위스너 코치와의 인연도 클로이 김의 아버지를 통해 닿았다.
그리고 그는 이번 올림픽까지 최가온과 함께했다. 최가온은 “1등이 하고 싶긴 했지만, 나도 모르게 속으로 클로이 김(의 금메달)을 응원하고 있더라. 나 스스로도 놀랐다”며 “그만큼 내가 클로이 김을 좋아하고, 존경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고백했다.
사실 클로이 김은 지난달 스위스에서 훈련 도중 왼쪽 어깨를 다쳐 올림픽 직전까지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번 대회 예선 1위에 오르며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다. 그는 “완벽히 훈련하고 부상 없이 원하는 대로 마쳤다면 더 좋았겠지만, 인생이란 게 원래 그런 것”이라며 “여러 변수 속에서도 최선을 다한 내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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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