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얼음판’ 중동… 이란 드론, 미 항모에 접근하다 격추돼

2026-02-05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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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6시간 뒤엔 미 유조선 나포 위협

▶ 미국과 고위회담 장소·의제 변경도 시도
▶ “역내 긴장 고조… 강경파 오판 가능성”

‘살얼음판’ 중동… 이란 드론, 미 항모에 접근하다 격추돼

이란이 다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미니어처와 이란 주변 지도를 겹쳐 만든 이미지. [로이터]

중동 정세가 다시금 아슬아슬해지고 있다.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이란이 또 미국을 도발적으로 자극하고 나서면서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지난 3일(현지시간) 아라비아해에서 미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에 접근한 이란 무인기(드론)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당시 에이브러햄 링컨호는 이란 남부 해안에서 약 500마일 떨어진 해상을 항해 중이었다.

미군 F-35 전투기가 공격해 떨어뜨린 해당 드론은 이란의 샤헤드-139다. ‘의도가 불분명한 상태’로 이 드론이 항모를 향해 비행 중이었다고 미군은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미군 병사·장비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약 6시간 뒤 또 도발이 감행됐다.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소속 선박 두 척 및 모하제르 드론 한 대가 미국 국적 유조선 ‘스테나 임페러티브’에 고속으로 접근한 뒤 승선해 나포하겠다는 위협을 가했다. 미군 당국자는 이란의 두 행위 모두 “매우 공격적이었다”고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에 말했다.

위험해 보이는 이란의 행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정에 밝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란 측이 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릴 예정인 미국 측과의 고위급 회담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스티브 윗코프 미 대통령 특사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만나는 해당 회담은 흔한 회담이 아니다. 미국이 지난해 이란의 핵시설을 기습 타격한 ‘미드나이트 해머(한밤중의 망치)’ 작전 이후 양국 간 고위급 회담이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장소와 의제가 세심하게 조율됐다.

그러나 회담에 임박해 이란 측이 장소를 오만으로 변경하고 의제도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역내 대리 세력 지원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다룬다는 당초 합의를 바꿔 핵 문제로만 좁히자는 요구를 미국 측에 해 왔다고 WSJ가 전했다.

전문가들은 양국이 협상에 돌입하자 이란 강경파가 어깃장을 놓기 시작했을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북아프리카 프로그램 국장인 사남 바킬은 WSJ에 “정부가 공격받을 때는 정권 내 모든 세력이 협력하지만 화해가 시작되면 서로 방해하는 게 이란 정권 특성”이라고 말했다. 강경파가 회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테네시대 채터누가캠퍼스 교수인 이란 안보 전문가 사이드 골카르도 이란 내 강경파가 미국이 고강도 타격을 가할 의지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모험을 무릅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단 아직 회담 성사 가능성은 살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드론 격추로 인한 긴장 고조가 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이날 취재진 질문에 “내가 방금 윗코프 특사와 대화했는데 현재로서 이란과의 대화는 여전히 계획대로”라고 대답했다.

문제는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다. 미국은 최근 이란에 핵 협상 재개를 요구하며 중동에 항모 전단 등 대규모 전력을 배치했다. 영국 해양 위험관리 업체인 뱅가드는 이날 고객들에게 “군사 활동 증가 및 역내 긴장 고조 상황을 고려할 때 오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악시오스는 “이란의 새로운 외교적 요구와 도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화나게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예산안 서명식에서 “우리는 이란과 바로 지금 협상하고 있다”며 “이란은 그런 일(미드나이트 해머)이 다시 일어나기를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회담에 회의적이다. 이스라엘 총리실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자국을 찾은 윗코프 특사를 만나 “이란은 자신의 약속이 믿을 게 못 된다는 점을 여러 차례 보여 줬다”고 말했다. 핵 협상 재개를 시도하는 미국에 부정적 견해를 피력한 셈이다. 반면 미국·이란 간 회담을 적극 주선한 역내 아랍 국가들은 확전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고 WSJ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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