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러 원유 수입 끊자… 인도 관세 50→18%로 내린 트럼프

2026-02-04 (수) 12:00:00 울경제=이태규 특파원·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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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엔 25%로 인상 경고와 대조
▶ “인도, 미·베네수 원유 구입 확대”

▶ 푸틴 돈줄 조여 우크라 종전 압박
▶ 인도 제조업 매력 높여 중견제 포석
▶ 큰 틀 합의 불구 세부안 진통 전망도

한국에 관세 인상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에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을 대가로 대인도 관세를 50%에서 18%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원유 수출량의 38%를 들여오던 인도가 수입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오늘 아침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통화하게 돼 영광이었다”며 “모디 총리는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고 미국 및 잠재적으로는 베네수엘라로부터 훨씬 많은 원유를 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즉시 발효되는 미·인도 간 무역협정에 합의했다”며 “인도는 미국에 대한 관세 및 비관세장벽을 ‘제로(0)’로 낮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5000억 달러(약 722조 원) 이상의 미국산 에너지, 기술, 농산물, 석탄 및 기타 다양한 제품을 구매하기로 약속했다”고 적었다. 다만 한국, 일본, 대만, 유럽연합(EU) 등의 대규모 대미 투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반대급부로 미국은 인도에 대한 관세를 현재의 50%에서 18%로 낮추기로 했다. 미국은 인도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지난해 8월부터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문제삼아 25%의 관세를 추가로 물려왔다. 이날 모디 총리도 X(옛 트위터)에 미국과의 무역 합의를 확인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히 협의해 양국 파트너십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모디 총리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 베네수엘라 원유 수입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인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산 원유를 할인된 가격에 대거 수입해왔다. 이는 간접적으로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 역할을 했다. 2021년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하루 평균 10만 배럴에 그쳤지만 2022년 74만 배럴로 늘더니 2024년과 2025년에는 각각 180만 배럴, 170만 배럴을 기록했다. 싱크탱크 ‘에너지 및 청정공기 연구센터(CREA)’에 따르면 EU의 러시아산 석유 금수 조치가 실행된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러시아 원유 수출량의 47%가 중국, 38%가 인도로 향했다. 그런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끊을 경우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번 합의로 인도 경제 및 외환시장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전체 수출의 약 20%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의 고율 관세에 지난해 10월 수출이 전년 대비 12%나 급감했다. 지난달 30일에는 루피화 가치가 사상 최저를 기록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인도에 대한 관세 18%는 베트남의 20%보다 낮은 것으로, 중국을 대체할 제조 허브로서 인도의 매력을 높일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국과 인도 정상이 큰 틀의 합의는 이뤘지만 한국 사례와 같이 세부안을 놓고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인도가 감축해야 할 정확한 러시아산 원유량과 미국으로부터 수입해야 할 농산물 규모 등을 놓고 양국 간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 들어 급진적이고 변동성이 커진 관세정책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1932년 이후 93년 만에 최고 수준인 17%까지 치솟은 가운데 관세 부담의 상당 부분이 미국 국내 기업에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해 관세·세금 등으로 약 2870억 달러(약 415조 원)를 거두며 2024년의 3배에 달하는 조세 수입을 달성했다.

특히 치솟은 관세는 물가 상승에도 일조한 것으로 분석됐다. NYT는 경제 비평지 이코노팩트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지난해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9%였으나 관세가 없었다면 2.2%에 그쳤을 것”이라며 “많은 미국인들이 ​​높은 물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울경제=이태규 특파원·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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