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비오 미국무와 회담 앞둔 덴마크
▶ 그린란드 내 미군 기지·병력 확대 등
▶ 기존 방위협정 활용, 현상유지 초점
▶ 미, 그린란드 독립 최우선으로 삼아

덴마크 코펜하겐 티볼리 광장의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작가의 동상이 ‘HC 안데르센 성’이라고도 불리는 티볼리 성에 꽂힌 그린란드 국기를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덴마크가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덴마크는 그린란드에 주둔한 미군의 규모와 기지를 확대해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더욱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그린란드를 덴마크로부터 독립시켜서라도 완전한 지배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어서, 양측 간 이견이 좁혀질지는 미지수다.
AP통신에 따르면 예스퍼 몰러 소렌센 주미 덴마크 대사와 야코프 이스보세트센 주미 그린란드 대표는 8일 미국 국가안보위원회 관리들과 만나 그린란드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그린란드를 소유하기 위해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트럼프 행정부 발언에 대한 진의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다음 주 백악관에서 이뤄질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덴마크 고위 관리들 간 회담에 앞서 이뤄진 사전 미팅 성격이 강하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덴마크 간 ‘협상’이 본격화하고 있는 셈이다.
덴마크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그린란드 방위협정을 카드로 내세우려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1951년 덴마크와 맺은 그린란드 방위협정을 통해 그린란드 내 군사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그린란드의 피투피크 우주기지에 200여 명의 미군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배경이다. 덴마크 측은 협정 개정을 통해 그린란드의 미군 기지와 병력을 늘림으로써 얼마든지 미국의 안보 통제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안보가 중요하다”는 미국의 명분을 채워주면서 그린란드에 대한 덴마크의 주권도 훼손되지 않는다. 덴마크 입장에선 최고의 선택지다.
문제는 미국이 더 큰 걸 원한다는 점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덴마크가 과거에도 미국이 그린란드에 더 많은 군 기지를 건설하고 사업에 투자할 것을 제안했지만, 미국 측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미국은 그린란드가 덴마크에서 독립할 경우 더 큰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미국의 그린란드 점유를 위한 현실적 방안 중 하나로 ‘자유연합협정(COFA)’ 체결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OFA는 미국이 현재 태평양의 3개 독립국(미크로네시아 연방·마셜 제도·팔라우)과 맺은 특수한 형태의 군사 협정이다. 해당 국가에 독립적 지위를 보장하면서도 국방에 대한 배타적인 통제권을 가져와 전략적 요충지로 삼는 게 골자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미국이 그린란드 주민들의 환심을 얻어야 한다. 미국이 그린란드에 COFA 협정을 제안하려면 덴마크로부터 그린란드의 독립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FT는 “대부분의 그린란드인은 한 종속 관계를 다른 종속 관계로 바꾸는 것 자체를 경계하고 있다”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이 COFA 협정을 체결하려면 반대급부로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2024년 개정 COFA에 따라 미국 정부가 태평양 3개국에 지원하기로 한 금액은 20년간 71억 달러(약 10조 원)에 달한다. 사실상 돈으로 독점적 군사권을 사는 셈이다. 덴마크는 현재 그린란드에 연간 약 7억 달러(약 1조 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린란드 주민들에게 COFA가 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려면 덴마크보다 더 큰 ‘당근’을 제시해야 한다.
미국 보수 진영은 기존 COFA 예산 집행에도 난색을 표하고 있어 새로운 재정 지출을 환영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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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