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초강경 이민단속, 아시아계도 큰 타격

2026-01-08 (목) 12:00:00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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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CE 구금중 사망 30명 넘어
▶ 아시안 5명 ‘침묵 속 희생’

▶ 7명중 1명꼴 추방위기 직면
▶ “합법 이민자들마저 불안”

초강경 이민단속, 아시아계도 큰 타격

ICE 요원들이 이민자들을 바닥에 엎드리게 한 채 체포하는 모습. [로이터]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 이민 단속 강화가 미국내 아시아계 이민자 사회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아시안 증오 대응 단체 ‘아시안 증오를 멈춰라’(Stop AAPI Hate)의 공동설립자인 러셀 정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아시아계 미국인학 교수는 지난 6일 LA 타임스 오피니언 기고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 중 사망자가 30명을 넘어서며 지난 20년간 가장 치명적인 해가 됐는데, 이 가운데 최소 5명이 아시안이었다. 차오펑 거, 년 응옥 응우옌, 띠엔 쑤언 판, 카이인 웡, 후아빙 셰 등으로 신원이 밝혀진 이들의 사망은 대중적 주목을 거의 받지 못한 채 지나갔다. 그리고 ICE는 단속을 확대하고 구금 시설 수용 인원을 늘렸으며, 추방 절차를 가속화해왔다.

특히 지난해 8월 펜실베니아주의 한 이민 구금 시설에서 사망한 32세 중국 국적자 차오펑 거의 사례는 제도적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당국은 자살로 결론 내렸지만, 부검 보고서에는 손과 발이 묶인 상태였다는 기록이 포함돼 있었다. 그럼에도 연방정부는 관련 기록을 가족에게 공개하지 않았고, 유가족은 정보공개법(FOIA)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정 교수에 따르면 현재 미국내 아시안 이민자 7명 중 1명은 서류미비자로, 언제든 추방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또한 서류미비 아시안 학생들은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DACA) 대상자의 약 16.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아시아계 커뮤니티가 느끼는 불안감도 심각하다. 아시안 아메리칸 파운데이션이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아시안 응답자의 63%가 “인종 때문에 미국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또 ICE의 대규모 체포와 추방 정책에 대해 아시아계 미국인의 70% 이상이 “지나치다”며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이러한 흐름 속 합법적 신분까지 위협받고 있는 사례로, 한인 정윤서(21)씨의 사례도 소개됐다. 그는 가자 지구 전쟁 반대 시위 참가를 계기로 영주권 박탈 및 추방 위협을 받았던 컬럼비아대 학생이었다.

정 교수는 이러한 현상이 최근 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역사 전반에 걸쳐 반복돼 온 아시아계 배제의 연장선이라고 짚었다. 19세기 중국인을 겨냥한 대규모 추방법, 샌프란시스코 엔젤 아일랜드 이민 수용소에서의 구금 사례 등과 오늘날의 상황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ICE 구금 시설에서의 언어 장벽, 의료 지연, 불투명한 운영은 이미 치명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며 “이 시스템은 미국을 더 안전하게 만들지 않고, 오히려 아시안 공동체 전체에 공포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리 목적의 이민 구금 시설, 가족 분리 정책 등에 기반한 단속이 지속되는 한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5년 사망한 아시안 ICE 구금자들의 죽음은 예외가 아니라 경고”라며 “이는 도덕적으로 파산한 이민 집행 시스템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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