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의 조’ 피했다지만 12년전 ‘악몽’ 우려
▶ A조 3경기 모두 멕시코서… 2위시 LA 입성
▶ 현지 적응이 관건… 홈팀 멕시코 극복해야
월드 클래스 스타 손흥민이 주장을 맡은 한국 축구대표팀 ‘홍명보호’는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개최국 멕시코를 비롯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유럽 플레이오프(PO) 승자와 A조에 묶여 역대 월드컵 중 가장 좋은 조편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12년 전인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비슷한 조편성에 환호했다가 참담한 결과를 맞았던 터라 안심할 순 없다. 당시에도 대표팀 수장은 홍명보 감독이었다. 한국은 과연 브라질 월드컵 때의 수모를 넘어서서,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32강을 넘어 16강 또는 8강까지 갈 수 있을 것인가.
■ A조 조별리그 일정한국 축구대표팀은 6월11일 오후 6시부터(이하 미 서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에스타디오 아크론에서 유럽 PO D 승자와 A조 조별리그 첫 경기를 펼친다. 3월 PO를 치러 덴마크·아일랜드·체코·북마케도니아 중 한 팀이 올라오게 된다. 이들 중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높은 덴마크(21위)의 진출 가능성이 크며, 한국(22위)과 FIFA 랭킹이 비슷해 해볼 만하다는 평가가 따른다.
A조 조별리그 2차전은 지난 9월 원정 A매치에서 만나 비겼던 멕시코(15위)와 6월18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대결한다. 그리고 A조 조별리그 마지막 3차전은 장소를 멕시코 몬테레이로 옮겨 6월24일(수) 오후 6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상대한다.
역대급 조편성이란 평가에 한국의 32강행 전망도 긍정적이다. 스포츠매체 ESPN은 6일 A~L조의 월드컵 조추첨 결과를 분석하며 “멕시코가 예전만 못한 상황인 걸 감안하면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에게 이번 조추점 결과는 희소식이 될 것”이라며 “한국은 아시아 예선을 무패로 통과했고, 이전 세대만큼 재능이 넘치지 않더라도 만만치 않은 팀으로 2위 경쟁의 후보로 손꼽힌다”고 전망했다. A조 예상 순위로 1위 멕시코, 2위 한국, 3위 유럽PO 승자, 4위 남아공 순으로, 한국과 멕시코가 32강행 진출권을 거머쥘 것으로 예상했다.
1998 프랑스 월드컵 당시 한국과 조별리그에 나섰던 멕시코 축구스타 콰우테모크 블랑코(52)도 한국을 ‘경계대상 1호’로 꼽았다. 그는 당시 양발 사이에 공을 끼우고 폴짝 뛰어 드리블한 것으로 유명하다. 블랑코는 자국 스포츠 방송에서 “멕시코가 다음 라운드에 쉽게 진출할 수 있는 조편성”이라며 “한국만이 유일하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특유의 빠른 축구를 짚으며 “아기레 감독에게 더 까다로울 수 있다”고 평했다.
■ 변수는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멕시코에서 치르게 된 한국은 이동거리 면에서 약 396마일로 A조 내에서는 가장 유리한 동선을 갖는다. 멕시코 내 세 경기장에서만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최소화되며 경기력 유지와 전략적인 운영 측면에서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유럽 PO D팀의 최종 진출국 결정까지는 변수가 남아 있지만, 최소한 조별리그 단계에서 한국 대표팀은 이동 거리 부담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게 된다.
이번 대회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개최되는 만큼, 참가국별 이동 거리가 경기력과 체력 관리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ESPN의 자료에 따르면, 조별리그 기간 동안 이동 거리가 가장 짧은 팀은 G조의 이집트로 약 238마일만 이동하면 되지만, 반대로 가장 긴 팀은 유럽 PO A그룹 승자로 약 3,144마일을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개최국 멕시코의 홈 이점, 6월 멕시코의 고온 다습한 날씨와 고지대 장소 등은 한국에 변수가 될 수 있다. 홍명보 감독도 “멕시코는 홈 팀의 이점이 굉장히 클 것”이라며 “특히 우리는1,600미터 고지대나 35도 이상의 고온 다습한 곳에서 경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한국보다 체력과 피지컬이 좋은 남아공 선수들에게 유리하다는 해석도 있다.
또한 이번 조편성은 브라질 월드컵 때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2014년 당시 최상의 조편성(러시아·알제리·벨기에)으로 꼽았지만, 한국은 1무 2패로 16강 탈락하고 말았다. 당시 사령탑도 홍명보 감독이었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선 “죽음의 조는 피했지만 감독은 홍명보” 등 2014년 당시를 빗대어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축구계 한 원로는 “만만히 봤다가 큰코다쳤던 게 브라질 월드컵이었다”며 “현대 축구는 상대를 면밀히 분석해 대응해야 한다. 홍 감독은 자신의 고집보단 상대에 맞춤형 전략으로 이기는 축구를 해야 승산이 있다”고 짚었다.
■ 멕시코 현지 적응이 관건홍명보호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를 위해 결전지인 멕시코행을 서두른다. 축구계에 따르면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이르면 월드컵을 앞두고 5월 말께 멕시코에 입성한다. 6월11일 첫 경기보다 2주 정도 앞서 소집훈련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은 A조 편성으로 월드컵 일정이 빨라졌고, 그만큼 준비 기간도 짧아질 수밖에 없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한국은 H조에 편성돼 개막 후 나흘의 시간을 벌었으나, 이번엔 개막일 당일 바로 경기를 치러야 하는 빠듯한 일정표를 받았다.
아울러 대표팀은 3월 A매치 유럽 원정에서 오스트리아와 격돌한 뒤, 6월 초 A매치 기간에 아예 멕시코에서 최종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다. 당초 한국에서 월드컵 대비 마지막 평가전을 가진 후 결전지로 이동하던 방식에서 벗어난 것으로, 모든 포커스를 멕시코 환경에 맞추겠다는 계산이다. 현지에 빠르게 적응하고 실전 대비에 들어가야 조별리그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월드컵을 앞두고 진행하던 출정식도 패스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최종 평가전 상대로 멕시코에서 조별리그를 치르는 F조의 튀니지, H조 스페인 등을 물망에 올려두고 있다.
대표팀의 파격 일정은 고지대에서 치러지는 환경적 요인이 결정적이다. 유럽PO 패스D 승자, 멕시코와 격돌하는 과달라하라 아크론 스테디엄은 해발 1,571미터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 한국의 태백산(해발 1,567m) 높이와 비슷하다. 높은 고도에선 산소 농도가 낮아 체력적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선수들의 움직임이 둔화될 수밖에 없어 적응 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 한국팀 LA 올 수 있나한국은 A조에서 3위만 해도 승점과 골득실 등을 따져서 32강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한국이 A조 조별리그를 통과해 32강에 진출할 경우 16강행을 다투는 경기를 LA의 소파이 스테디엄에서 치르는 시나리오가 열려 있다. 바로 A조 2위로 올라오면 된다. 그럴 경우 32강 경기가 6월28일(일) 정오에 LA 소파이 스테디엄에서 열리게 된다. 상대는 B조 2위 팀이다. 이렇게 되면 LAFC 소속 손흥민이 ‘안방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고, 남가주 한인사회가 직접 경기장 응원전을 펼칠 수 있게 된다.
만약 대한민국이 A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32강 경기는 6월30일(화) 오후 6시에 멕시코시티에서 열리게 된다. 만약 A조 3위가 될 경우 승점과 골득실 등에 따라 브래킷이 정해진다. 이 경우 32강전은 6월29일(월) 오후 1시30분 보스턴에서 치르거나 아니면 7월1일(수) 오후 1시 시애틀전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