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 당 1,000달러 훌쩍
▶ 전기·가스비용 모두 상승
▶ 히터·에어콘 엄두도 못내
▶ AI ‘전기먹는 하마’ 부상
최근 몇년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전기요금이 내년에도 가주 등 미 전국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 상승률까지 앞지르는 전기요금 급증에 서민층은 물론 중·상류층까지 히터와 에어콘 사용을 줄이면서 더위에 고통받고 추위에 떨어야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29일 월스트릿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연방 에너지부는 평균 주택용 전기요금이 내년에 약 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올해에만 4.9% 증가했다. 전력사들이 기본 전기요금을 매년 올리면서 똑같은 양의 전력을 사용해도 전기요금은 오를 수 밖에 없다. 이는 어디까지나 전국 평균이고 가주의 경우 전국 평균 보다 더 높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각 주의 저소득층 에너지 지원을 담당하는 관료들로 구성된 전국에너지지원국장협회는 올해 11월부터 내년 3월까지의 주택 난방 비용을 전년 대비 9% 증가한 995달러로 추산했는데 이는 평년보다 낮은 기온과 천연가스와 전기요금 증가 때문이다. 특히 전기 난방을 사용하는 가정은 연 평균 1,200달러를 넘게 부담할 것으로 예측됐다. 천연가스의 경우 전기보다는 낮지만 그래도 700달러를 훌쩍 넘을 전망이다.
전기요금은 자동차 개솔린 다음으로 가장 큰 에너지 관련 지출이며 난방도 가스가 아닌 전기로 하는 집이 많다.
WSJ은 올해 미국인들이 전기요금에 얼마나 예민한지 보여주기 위한 사례로 최대 명절로 꼽히는 크리스마스 때 집을 전등으로 꾸미지 않은 한 여성을 소개하기도 했다.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불만이 쌓이면서 중요한 정치 이슈로 자리잡았으며, 연방 상·하원 의석이 걸린 내년 11월 중간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WSJ은 관측했다.
실제 전기요금은 지난달 지방선거와 함께 치른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주요 이슈로 부각했다. 주지사에 당선된 민주당의 마이키 셰릴은 전기요금 동결을 공약했는데 연방 에너지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뉴저지주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전년 동기 대비 21%나 증가했다.
조지아주에서는 공공서비스위원회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두명이 공화당 현직 위원들을 제치고 당선됐는데 전기요금에 대한 유권자 분노가 한 이유였다.
전기요금은 통상 전반적인 물가 인상과 함께 올랐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2022년부터 다른 물가보다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데이터센터의 건설이 전기요금 인상 원흉으로 자주 지목되지만, 이밖에도 허리케인과 산불 같은 자연재해, 주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오래됐거나 파손된 전력망 교체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고 WSJ은 평가했다. 전력회사협회인 에디슨전기연구소에 따르면 민간 발전사들은 2025∼2029년에 송전·배전 시스템, 발전, 가스 운송 등 인프라에 1조1,0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인데 이는 지난 10년간 투자액의 2배에 달한다. 이런 투자액은 보통 시간을 두고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회수된다.
뉴욕타임스(NYT)도 최근 보도에서 미 전국이 인공지능(AI) 혁명이 초래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인 ‘에너지 비용 급등’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력 회사가 일반 가정 수만가구가 사용하는 전력을 ‘전기먹는 하마’인 데이터센터에 공급하기 위해 송전망을 확충하고,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가정용 전기요금을 대폭 인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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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