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삼성·SK, 트럼프의 ‘對中 AI 주도권 확보’ 구상 참여 의사

2025-12-21 (일) 04: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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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미국산 AI 수출 장려 프로그램에 참여할 컨소시엄 선정 추진

▶ 삼성·SK “신뢰받고 경쟁력 있는 동맹기업 참여해야 성공 가능” 의견 제출
▶ 참여시 수출 확대 기대되지만 美中 첨단기술 경쟁에 부담도

삼성·SK, 트럼프의 ‘對中 AI 주도권 확보’ 구상 참여 의사

텍사스주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트럼프 행정부가 인공지능(AI) 산업에서 미국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려고 추진하는 구상에 삼성전자와 SK그룹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AI 수출을 장려해 AI 분야에서 중국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려고 하는 데 한국의 두 대표 기업이 여기에 동참하게 되면 첨단기술 분야에서 한미 양국 간 공조가 더 공고화될 전망이다.

21일 미국 연방관보를 보면 최근 삼성전자와 SK는 미국 상무부가 추진하는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과 관련해 공식 의견을 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23일 행정명령에서 미국의 AI 지배력을 유지·확장하고, 적국이 개발한 AI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풀스택'(full-stack) 미국산 AI 기술 패키지 수출을 장려하라고 행정부에 지시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상무부에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여기에 참여하고자 하는 산업계 주도의 컨소시엄들로부터 제안을 받으라고 했는데 삼성전자와 SK그룹은 이 컨소시엄에 외국기업의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제출한 의견서에서 "미국 기업들이 이들 컨소시엄을 이끌겠지만, 성공적인 프로그램에는 한국 같은 오랜 동맹들과 삼성 같은 신뢰받는 기업들의 참여가 필요할 것"이라면서 "특히 스택의 하드웨어 층에서 그렇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삼성은 엣지 디바이스를 포함한 풀스택 전문성을 갖춰 프로그램의 성공에 크게 기여할 독보적인 입지에 있다"면서 "이런 동맹 생산 모델은 미국 주도의 기술 스택이 특히 단기와 중기에 글로벌 수요에 부응하는 데 안정적인 경로"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상무부가 외국기업과 다른 나라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고려하는 '신뢰하는 파트너'(trusted partner) 프로그램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상무부가 외국기업 선정에 있어서 미국에서 오랫동안 투자, 생산하고 일자리를 창출한 역사가 있는 기업을 우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삼성전자는 "그 어떤 다른 기업도 동맹국(한국)에서 최첨단 로직 및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를 제조하지 않는다"면서 "이 이중 역량으로 삼성은 미국산 AI 스택이 경제 및 국가 안보 요구에 효과적으로 부응하도록 그 규모를 키우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SK그룹은 지난 13일 낸 의견서에서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에 본사를 둔 외국기업을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에 포함하는 게 행정부의 정책, 기술, 수출 성장 목표를 가장 잘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SK그룹은 "미국 동맹국들의 여러 기업은 반도체, 첨단 패키징, 소재, 소프트웨어, 미국산 AI 스택에 필수적인 기타 제품과 서비스에서 세계 최고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동맹국 기업의 참여는 AI 스택 전반에 걸쳐 동급 최고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라고 설명했다.

SK그룹은 AI 기술 스택 분야는 여러 기업이 시장 원리에 따라 협력 관계를 구축하면서 이미 '사실상의 컨소시엄'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상무부가 동맹국 참여를 막을 수 있는 배타적이고 공식화된 컨소시엄 구성을 지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은 경제 성장과 국가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미래의 지정학적 판도를 바꿀 수 있는 AI 산업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AI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기업의 AI 기술 수출을 장려하는 접근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산 AI 기술이 전 세계에 더 많이 깔려야 세계가 미국에 더 의존하게 되고 대체제로 중국을 찾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는 미국산 AI 기술이 중국 등 우려 국가에 유출되는 것을 막고자 미국 기업의 AI 반도체 수출을 광범위하게 통제한 전임 바이든 행정부와 상반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미국은 최근 몇 년 AI를 비롯한 첨단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이 아직 첨단기술 분야에서 우위에 있는 데다 한국도 중국을 상대로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미국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있다.

양국 정부는 지난 10월 29일 체결한 '한미 기술번영 업무협약'에서 하드웨어, 모델,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표준 등 풀스택 전반에 걸친 AI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한국은 미국이 AI 공급망 강화에 필요한 우방국을 규합하기 위해 지난 12일 개최한 '팍스 실리카' 서밋에도 참여했다.

향후 상무부는 AI 수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자 하는 컨소시엄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을 계획이다.

상무부가 외국기업의 참여를 허용하면 삼성전자와 SK그룹은 미국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프로그램 참여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정부가 AI 수출 협력에 합의한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반도체가 미국 기업의 AI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고려하면 두 기업의 참여는 예견된 것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계 부처와 협의해 프로그램에 참여할 컨소시엄을 선정한 뒤 연방 자금과 다른 정책 지원을 우선으로 제공할 방침이다.

따라서 한국 기업이 컨소시엄을 통해 참여하면 AI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그러나 한국이 미국과 중국이 첨단기술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미국과 한층 더 협력을 강화하는 건 한중 관계 및 한국 기업의 중국 사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일례로 AI 수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컨소시엄은 미국의 모든 관련 수출통제 체제, 대외 투자 규정, 최종사용자 정책, 상무부의 관련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AI 행정명령 서명 당시 "우리는 어떤 외국 국가도 우리를 이기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자녀는 우리와 반대되는 가치와 이익을 추구하는 적국의 알고리즘에 지배되는 행성에서 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 일부 AI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허용하는 등 AI 분야에서 중국을 이기려고 하면서도 극단적인 대립은 피하려고 하고 있어 한국이 미중 경쟁 때문에 느낄 부담이 바이든 행정부 때에 비해 경감될 여지도 있어 보인다.

AI 풀스택은 AI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기술, 프레임워크, 인프라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행정명령에서는 AI 풀스택을 반도체·서버·가속기 등 컴퓨터 하드웨어, 데이터센터 스토리지, 클라우드 서비스, 네트워크, 데이터 파이프라인, 레이블링 시스템, AI 모델과 시스템, AI 보안 조치, AI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정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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