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 사법개혁안에 우려 공식화
▶ 법원장 등 참여 사법 최고 협의체 “충분한 공론화·숙의 없이 서둘러”
5일 전국법원장회의는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계엄전담재판부 설치법안’과 ‘법왜곡죄 신설’ 법안에 대해 “위헌성이 커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이들 법안의 위헌성 탓에 오히려 재판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며 12·3 불법 비상계엄 사건에 관한 선고를 기다려달라는 당부도 보탰다.
대법원은 이날 서울 서초구 청사 대회의실에서 전국법원장회의 정기회의를 열고 6시간 가까이 이어진 토론 끝에 두 법안이 “위헌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놨다. 전국법원장회의는 법원행정처장을 의장으로 전국 각급 법원장과 법원도서관장, 사법연수원장 등이 참여하는 사법부 최고위 협의체다.
공식 입장에서 법원장들은 우선 국회를 향해 “위헌적 12·3 비상계엄이 국민과 국회의 적극적 노력으로 해제됨으로써 헌정질서가 회복된 데 대하여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비상계엄과 관련된 재판의 중요성과 국민의 지대한 관심과 우려를 엄중히 인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다만, 비상계엄 전담재판부 설치 법안과 법왜곡죄 신설 법안이 재판의 중립성과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종국적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여 위헌성이 크다”며 “향후 법안의 위헌성으로 인해 재판 지연 등 많은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각을 세웠다.
또 “관련 사건의 선고가 예정된 상황이므로, 국민들께서는 사법부를 믿고 최종적인 재판결과를 지켜보아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각급 법원은 재판의 신속하고 집중적인 처리를 위한 모든 사법행정적 지원을 다할 것임을 국민께 약속드린다”고 했다.
주요 내란 재판을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지귀연) 등이 신속한 선고를 계획한 만큼 믿고 기다려 달라는 취지다.
당초 이날 회의 주제는 △전문성 강화를 위한 사법보좌관 인사제도 개편 방안 △법관윤리 제고를 위한 감사강화 방안 △예산의 전문화 및 집행과정 유의점이었다. 그러나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자 법원 안팎에서 우려가 쏟아졌고 이날 논의 주제도 바뀌었다.
법원장들은 이날 회의에서 두 법안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충분한 공론화와 숙의 없이 사법제도 개편을 서두르는 방식을 두고 제기된 일선 법관들의 강한 우려가 법원장들을 통해 공식화됐다. 위헌 시비가 붙어 재판이 지연되거나 무위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피고인 측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거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다면 재판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취지다. 일선에서는 특정 사건 중심의 전담재판부 설치가 반복될 경우, 정치권의 사법부 개입 시도가 관행화되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표출되는 상황이다.
전국법원장회의는 9월 임시회의에서도 △대법관 증원 △법관평가제도 변경 등 민주당 주도 사법개혁안에 대해 공식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당시 법원장들은 “대법원 구성과 법관인사제도는 사법권 독립의 핵심 요소”라며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하므로 개선 논의에 사법부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3일 전체회의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여권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과 법왜곡죄 신설 법안을 의결했다.
이에 대해 당시 회의에 참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87년 헌법 아래서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다”며 “사법부의 독립이 제한될 여지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굉장히 중대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특히 내란전담재판부 구성을 외부에서 정하는 민주당 안에 대해 “수사권과 행정권을 대변하는 법무부 장관 추천 인사가 사법권 영역에 들어오는 것은 굉장한 사법권 제한 내지 침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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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