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시간 마라톤 회동했지만 미 특사와 합의도출 실패
▶ “유럽, 종전논의 방해” 성토
▶ 위트코프, 젤렌스키도 만나

지난 2일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두 번째)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스티브 위트코프(왼쪽 두 번째부터) 미 특사,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 특사단과 회담하고 있다. [로이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일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종전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며 유럽과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를 방문한 미국 특사단과 회담에서도 유럽이 제안한 종전 수정안에 불쾌한 뜻을 내비쳤다. 이날 5시간 동안 진행된 회담은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됐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미국 특사단과의 회동 직전 있었던 투자 포럼에서 “유럽은 평화 의제 없이 전쟁의 편에 서 있다”며 “이는 미국이 시도한 평화 프로세스를 유럽이 방해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공개된 미러 주도의 ‘28개조 종전안’에 대한 유럽의 자체 수정안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E3로 불리는 유럽 주요국은 ‘돈바스 지역 러시아 영토 인정’ 등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기운 28개조 종전안에 대한 자체 수정안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병력 80만 유지 ▲유럽에 보관된 러시아 자산은 전쟁 피해 배상이 끝날 때까지 동결 등이 담겼다.
푸틴은 이날 미 특사단과의 회동에서도 유럽의 수정안에 대해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우리는 유럽과 전쟁할 의도는 없지만 만약 유럽이 그것을 원하고 시작한다면 러시아는 지금이라도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유럽이 전쟁을 시작하면 너무 빨리 끝나서 러시아가 협상할 상대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을 단숨에 제압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고위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우리 동맹은 단결돼 있고 러시아는 유럽에서 나토를 물리칠 만한 군사력이나 병력 규모를 갖추지 못했다”고 반발했다.
다만 러시아 측은 이날 드러난 잡음이 ‘정상적인 협상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다음 날인 3일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제안을 거부했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종전안 일부를 수락하고 일부 제안은 거부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푸틴 대통령과 미 특사단의 회동은 자정을 넘겨 5시간 이상 진행됐지만 합의점 도출에는 실패했다. 미국에선 스티브 위트코프 미 중동 특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등이 참석했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외교정책보좌관은 회동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회동이 평화에서 멀어지지 않았다는 건 확실하다”면서도 “아직 타협안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어떤 부분은 합의할 수 있었고 다른 부분은 푸틴 대통령의 비판을 유발했다”며 종전안에 대해 양국 간 이견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특히 핵심 쟁점인 영토 문제도 논의했으나 “아직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NBC 방송은 이날 러시아 소식통을 인용, 러시아는 회담에서 ▲돈바스 전역에 대한 통제권 ▲우크라이나 군사력 제한 ▲미국과 유럽의 러시아 점령지 인정 등에 대해 절대 타협하지 않고 자국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양국은 이날 회동 내용을 비공개하기로 했다. 위트코프 특사는 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푸틴과의 회담 내용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