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럽 지도자들 우크라 평화안 진전 환영 속 신중론도

2025-11-24 (월) 10: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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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전안서 배제’ 우려하던 유럽, 제네바 협의후 일단 안도

▶ “EU 관련 사안, EU가 전면 개입·결정해야”…우크라 지원 의지 재확인
▶ EU·AU 정상회의…”아프리카 부채 구조조정” 요구도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23일(현지시간) 제네바에서 우크라이나 평화안에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고 밝힌 데 대해 유럽 지도자들은 환영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24일 EU·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의 개최지인 앙골라 루안다에서 열린 유럽 지도부 비공식 회의 이후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에 새로운 동력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코스타 상임의장은 전날 제네바 회담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 유럽 측이 "여러 쟁점에서 진전을 끌어냈다"며 "일부 문제는 해결 과제로 남아있지만 방향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EU와 관련된 사안들, "(대러시아) 제재, (EU) 확대, (러시아의) 동결 자산 등에는 EU가 전면적으로 개입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았지만 진전을 위한 확고한 토대를 마련했다"며 제네바에서 '좋은 진전'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EU가 주장할 핵심 원칙은 "우크라이나의 영토와 주권이 존중돼야 한다는 점"이라면서 "주권 국가인 우크라이나만이 자국 군대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유럽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30개국으로 이뤄진 '의지의 연합' 회원국들과 25일 오후 화상회의를 열어 제네바 협의의 후속 상황을 논의한다고 예고했다.

코스타 의장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EU가 외교적으로, 군사 장비 면에서, 그리고 재정적으로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도 재확인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와 관련 "이것은 우리 전체 대륙의 안보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이와 관련,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나 우크라이나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유럽을 배제한 채 러시아에 치우친 미국의 종전안에 우려하던 유럽이 일단 안도하면서도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인식을 드러냈다고 논평했다.

유럽 지도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28개 조항의 평화구상의 초안을 마련해 양측에 오는 27일까지 수용하라고 압박하자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러시아의 요구가 다수 반영된 것에 의구심을 드러내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한 바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미국의 제안이 "상당 부분에서 수정됐다"며 환영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일부 의문은 해소가 가능하지만 우크라이나의 평화는 하룻밤에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안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고 AP는 전했다.

메르츠 총리는 이어 "다음 단계는 러시아가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것은 지난한 과정으로, 이번 주에는 기껏해야 작은 걸음의 진전이 있을 것이다. 이번 주에 획기적인 돌파구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AP에 따르면,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미국의 일방적인 평화안에 우려하던 유럽과 우크라이나가 제네바 협의를 계기로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된 것은 회담을 주도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덕분이라고 밝혔다.

바데풀 장관은 독일 공영 라디오에 "유럽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관련된 모든 논란거리가 이 계획(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안)에서 제거됐고, 이는 우리가 어제 이룬 확실한 성공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루비오 장관이 이 계획이 유럽과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에 수용될 수 있도록 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평화안 논의의 장을 제공한 것과 별도로 유럽과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은 EU·AU 정상회의에서 광물을 포함한 경제 및 안보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정상회의 첫날인 이날 개회사에서 "우리의 번영은 어느 때보다 밀접히 연결돼 있다. 우리는 모두 내일의 산업을 구축해야 한다"며 "아프리카와 유럽이 힘을 합치면 압도적일 것이다.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자"고 말했다.

현 AU 의장인 호아오 로렌코 앙골라 대통령은 "아프리카 전체를 대표해 더욱 공정한 부채 구조조정을 포함해 세계 금융 시스템을 포괄적으로 개혁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재차 강조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우리 모두의 이익을 위해 개혁이 필요하다"며 세계 금융 구조 정비 필요성에 공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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