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G20 정상회의 첫날부터 ‘남아공 정상선언’ 전격 채택

2025-11-22 (토) 08: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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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콧’ 美 어깃장에 이례적 결정… “다자주의 재확인”

▶ 2026년 미국, 2027년 영국, 2028년 한국 의장국 공표
▶ 23일 폐막식서 차기 의장국 이양식 열리지 않을 수도

G20 정상회의 첫날부터 ‘남아공 정상선언’ 전격 채택

남아공 G20 정상회의 기념촬영 [로이터]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으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첫날인 22일(이하 현지시간) 'G20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선언'이 채택됐다.

회의 마지막 날인 둘째 날 폐막에 앞서 채택하던 관례에 비춰 보면 이례적이다. 회의를 보이콧하며 정상선언 채택에 반대한 미국에 맞선 결정으로 보인다.

빈센트 마궤니아 남아공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회의장인 요하네스버그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회의를 시작하는 시점에 컨센서스로 정상선언이 채택됐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적으로 선언문은 회의 마지막에 채택되지만 정상선언을 첫 번째 의제로 삼아 먼저 채택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이날 개막식에 이어 세션1 회의를 시작하며 "압도적인 합의와 동의가 이뤄졌다"며 "우리가 시작 단계에서 수행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바로 지금 선언문을 채택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남아공 국제관계협력부(외무부)는 이후 30페이지, 122개 항으로 이뤄진 'G20 남아공 정상선언'(G20 South Africa Summit: Leaders' Declaration)을 공개했다.

이 문서에서 정상들은 "G20이 다자주의 정신에 기반해 합의에 따라 운영되고 모든 회원국이 국제적 의무에 따라 정상회의를 포함한 모든 행사에 동등한 입장에서 참여하는 데 대한 우리의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6년 미국 의장국 하에서 협력하고 2027년 영국, 2028년 대한민국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다"며 2028년 G20 정상회의 한국 개최를 공표했다.

또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에 따라 수단과 콩고민주공화국,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우크라이나에서 정당하고 포괄적이며 영구적인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모순되는 일방적인 무역 관행에도 대응하겠다고 천명했다. 아울러 기후 변화의 심각성과 이에 대한 적응 필요성과 함께 재생 에너지 확대를 위한 야심 찬 목표, 가난한 국가들이 겪는 가혹한 수준의 부채 상환 부담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행정부가 꺼리는 이슈를 언급했다.


미국은 남아공이 아프리카너스 백인을 박해한다고 주장하며 G20 의제 등을 두고 갈등을 빚은 끝에 이번 회의에 불참했다. 이후 현지 미 대사관을 통해 "미국의 동의 없는 정상선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남아공 정부에 공식 전달하며 자국의 합의 부재를 반영한 의장성명만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그러나 "겁박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반발했고 회의 첫날 정상선언을 전격 채택함으로써 아프리카 첫 G20 의장국으로서 글로벌 불평등 해소와 저소득국 부채 경감, 기후변화 대응 강화를 위한 약속 확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G20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5%와 무역의 75%,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19개국과 유럽연합(EU), 아프리카연합(AU) 등 2개 지역 기구로 구성된다.

올해 G20 정상회의는 1999년 창설 이래 처음으로 미국·중국·러시아 3국 정상이 모두 불참하는 이례적인 상황 속에 열렸다. 중국은 리창 총리가, 러시아는 대통령실 부비서실장이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했다.

'연대·평등·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 이번 회의는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 '회복력 있는 세계', '모두를 위한 공정하고 정의로운 미래' 등 3개 세션으로 구성되며 23일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23일 폐막식에서 차기 의장국 미국에 의장직을 이양하는 행사는 열리지 않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남아공 대통령실이 G20 의장직 인계를 위해 미국이 제안한 자국 주재 미국 대사대리의 회의 참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로널드 라몰라 남아공 외무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라마포사 대통령이 미국 대사대리에게 의장국 권한을 이양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G20 회원국으로 여전히 적절한 수준의 대표를 파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국가원수, 장관 또는 대통령이 임명한 특사가 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정부 청사에서 동급 대표 간에 (의장국) 인계가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핀 피리 남아공 외무부 대변인은 AP통신에 "대통령이 대사관 하급 직원에게 (의장) 권한을 이양하지 않을 것임을 미국 정부에 전달했다"며 "일요일(23일) 이양식이 열릴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른바 '트로이카'(G20 작년·올해·내년 의장국)의 일원이 정상회의에 아무 대표단을 보내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영국과 프랑스, 독일 정상은 이날 G20 회의장 한편에서 따로 만나 미국의 우크라이나 평화 계획에 대한 대응을 논의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들은 이후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노르웨이, 아일랜드, 핀란드, EU와 함께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국경이 무력으로 변경돼서는 안 된다"며 "미국의 계획은 추가 작업이 필요한 기초"라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전날 G20 사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평화 계획은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을 지지하는 유엔 총회 결의를 준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외신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전달한 28개 조항의 평화 계획에 러시아가 통제하지 않는 돈바스(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영토를 우크라이나가 양보하고 철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랍에미리트(UAE)·이집트에 이어 전날 남아공에 도착한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G20 정상회의 개회식과 만찬은 물론 2개 세션에 모두 참석했다. 이 밖에 한국이 주도하는 중견 5개국(한국·멕시코·인도네시아·튀르키예·호주) 협의체인 '믹타'(MIKTA) 정상·대표들과 회동하고 프랑스·독일 정상과도 양자회담했다.

이 대통령은 23일 오전 G20 정상회의 3세션에서 회의한 뒤 오후에는 남아공 현지 동포들과 오찬 간담회를 끝으로 남아공 일정을 마무리하고 이번 마지막 순방국인 튀르키예로 향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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