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터뷰] 멕시코 오지에 세운 ‘희망 진료소’… “관심과 행동이 등불”

2025-11-18 (화) 12:00:00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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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봉사 헌신 내과전문의 최청원 박사
▶ 30년 가까이 국경 넘어 오가며 무의촌 진료 봉사

▶ 무료 클리닉 직접 건립… 우물파기 프로젝트도
▶ 20일 LA 크레스트 라이온스와 ‘건강세미나’ 개최

[인터뷰] 멕시코 오지에 세운 ‘희망 진료소’… “관심과 행동이 등불”

오랫동안 멕시코 의료봉사에 헌신해 온 내과 전문의 최청원 박사. 오는 20일 LA 그리핀 홀에서 LA 크레스트 라이온스클럽 주최로 건강 세미나를 갖는다.

멕시코 바하 캘리포니아의 작은 마을 ‘푼타 코로넷(Punta Colonet)’. LA에서 차로 7~8시간 정도 달려야 닿는 이곳에 한인 내과의사 최청원 박사가 세운 무료 의료봉사 클리닉이 있다. 오지에 가까운 이 마을에 유일한 의료 시설이다. 최 박사는 스스로 만든 건물을 낮춰 부른다. “거창한 센터가 아니에요. 그냥 조그만 구멍가게 진료실 하나, 옆에 진찰실 하나 있는 정도”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 건물은 오랜 기간 멕시코 오지 농장지대를 오가며 의료봉사를 해온 그가 여정을 다시 시작하게 한 상징 같은 공간이라고 했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공군 군의관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온 최 박사는 뉴저지에서 인턴십과 내과 레지던트를 마친 뒤 미시간 웨인주립대에서 흉부내과 펠로십을 수료한 뒤 1981년 LA에서 개원했다. 지난 1998년 멕시코 샌퀸틴 지역으로 RV 차량을 타고 낚시여행을 하던 중 당시 현지에 병원이 없어 죽어가는 한 지역 주민을 치료하면서 의료봉사를 시작하게 됐다. 흙바닥에 누워 자는 농장 노동자들, 상처에 구더기가 들끓어도 치료 한 번 못 받는 환자들을 보며 30년 가까이 오로지 의료봉사를 위해 그곳을 드나들었다. 최 박사는 자신이 설립한 비영리단체 ‘바하 힐링미션’을 통해 기부금이 투명하게 관리되고, 기부자들이 세금공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구조도 만들었다.

하지만 병원 진료와 봉사를 동시에 감당하기에는 체력과 시간이 한계에 다다랐다. 잠시 쉬는 동안 ‘노년에 봉사를 한다는 게 뭘까’라는 질문 끝에, 최 박사는 자신이 가진 재주는 결국 의술뿐이라는 답을 받아들고 다시 멕시코로 향했다.


이번에는 예전보다 의료 인프라가 더 부족한 작은 마을 푼타 코로넷으로 눈을 돌렸고, 보다 지속 가능한 형태를 택했다. 모은 돈으로 작은 클리닉 건물을 지은 것이다.

현재 최 박사의 클리닉은 전도사로 일해온 현지인의 땅 한켠에 자리 잡고 있다. 최 박사가 비용을 대서 건물을 올렸고, 진찰실과 약품 보관 창고, 봉사자 숙소까지 갖췄다. 책상, 진찰 침대, 의료기구, 약장 등 내부에 있는 거의 모든 비품도 그가 LA에서 차에 실어 국경을 넘겨 날라온 것들이라고 했다. 국경을 지날 때마다 세관의 검문과 세금 요구에 부딪히는 일도 잦다.

약품 역시 대부분 자비로 구입한다. 약국이나 제약사로부터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약을 기부받기도 하지만, 그는 “쓰레기 치우는 데 도움 되는 수준의 약을 가져다 놓고 봉사라고 하는 건 싫다”며 꼭 필요한 기본 약들은 직접 돈을 주고 산다고 밝혔다.

최 박사는 최근에는 ‘우물 프로젝트’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함께 왔던 지인이 물이 귀한 이 마을 상황을 보고 “우물을 파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시작됐다. 추수감사절 무렵 현지 업자와 계약을 마치고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최 박사는 “봉사에 큰돈은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화장실 공사나 우물, 지붕·창문 교체 등 주민들의 삶을 바꾸는 일들은 대부분 몇백 달러, 많아야 몇천 달러로 가능한 일들이다. 문제는 돈의 액수가 아니라, 관심과 행동이라고 말한다. 최 박사는 “봉사를 해보면,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건방진 우월감 대신 마음이 더 차분해 진다. 솔직히 말하면 남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최 박사의 의료봉사 활동을 자원봉사 현지 동행, 재정 후원, 물품 후원 등으로 도울 수 있다. 최 박사는 LA 크레스트 라이온스클럽(LA Crest Lions Club)과도 ‘자매결연’을 맺었다. 매년 두 차례 멕시코 봉사 현장에 동행해 짐 나르기와 현장 지원을 도와 주기로 했다.

최 박사는 LA 크레스트 라이온스클럽이 오는 20일(목) 오후 2시 LA 그리핀 홀(4117 W Pico Blvd. LA)에서 주최하는 ‘시니어 자선공연 및 건강 세미나’에 강사로 나선다. 이날 세미나에서 그는 탄수화물, 요추통(허리통증), 무릎 연골 손상과 관절염 등 세 가지 주제로 20분씩 강연을 할 예정이다. 이 행사는 무료이며, 관련 문의는 전화 (323)840-3033로 할 수 있다.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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