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쳇바퀴 속 ‘무한 슬로프’ 즐겨요”…세계 최초 ‘회전 실내 스키장’ 뭐길래

2025-11-11 (화) 01: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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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에 상관없이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신개념 실내 스키장이 오는 2027년 세상에 등장한다.

10일(현지시간) 호주 기업 ‘스노우터널(Snow Tunnel)’은 최근 자사가 설계한 혁신적인 실내 스키 시설 ‘스노우 터널 파크’를 오는 2027년 개장한다고 발표했다.

이 시설의 핵심은 지름 12m, 폭 16m 에 이르는 거대 회전 원통이다. 원통 안쪽에는 두께 약 10cm의 인공 눈이 덮여 있다. 스키어는 360도 끊임없이 회전하는 원통 안에서 실제 슬로프를 내려가는 것처럼 미끄러지며 기술을 연마할 수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사람이 제자리에 서서 달리는 트레드밀(러닝머신)처럼 바닥이 계속 회전하면서 ‘무한 슬로프’를 만들어낸다. 그 결과 스키어는 멈추지 않고 활강하는 듯한 감각을 얻게 된다.

스노우터널 측은 “원통의 크기가 커서 스키 자세를 취하는 데 아무 제약이 없다”며 “허리를 숙일 필요도 천장을 의식할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탁 트인 자연 풍경은 볼 수 없지만 야외 스키장과 거의 동일한 주행감을 구현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기존 실내 스키장은 진짜 눈 위에서 타는 감각을 주려면 수백 미터에 달하는 슬로프가 필요했다. 중국 선전시에서 곧 문을 여는 세계 최대 실내 스키장만 해도 슬로프 길이 400m, 축구장 11개 크기에 달한다. 이 정도 규모면 부지 확보와 냉각비만으로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반면 스노우 터널 파크 는 훨씬 작은 공간에 들어선다. 회사 측은 “도심에서도 설치가 가능하다”며 “마치 동네 수영장 가듯 집 근처에서 스키를 즐기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통 회전 속도는 스키어의 실력에 맞게 조절된다. 초보자는 느린 속도로, 숙련자는 시속 50㎞ 수준으로 설정할 수 있다. 초보자를 위해 손잡이가 달린 보조장비도 마련된다.

스노우터널은 “1년 내내 실제 눈 위에서 훈련할 수 있는 유일한 시스템”이라며 “세계 각국에서 프랜차이즈 형태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노우터널 파크의 또 다른 차별점은 ‘진짜 눈’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특수 코팅층이 눈을 안정적으로 고정해 원통이 돌아가도 눈이 떨어지지 않는다. 시설 상단에는 눈이 떨어지는 것을 막는 구조물도 설치돼 있어 스키어 머리 위로 눈이 쏟아질 걱정은 없다.


이 거대한 원통은 산업용 광산 설비 기술을 개량해 만들어졌다. 분해와 조립이 용이한 레고식 구조 덕분에 전 세계 어디로든 운송해 설치할 수 있다.

현재 스노우터널은 지름 10m짜리 시제품을 완성해 물리적 안정성을 검증했고 실제 눈을 사용하는 1/6 스케일 시연 모델도 공개했다.

첫 번째 스노우 터널 파크는 2027년 호주에서 문을 연다. 실내 슬로프와 눈놀이존, 장비 대여소, 그리고 벽난로가 있는 알프스풍 라운지까지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스콧 케슬러 스노우터널 CEO는 “이전까지의 실내 스키장은 땅값과 냉각비의 한계가 컸지만 스노우터널은 도심 속에서도 가능하다”며 “스키의 개념을 완전히 바꿀 혁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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