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스타그램 광고 보고 샀는데… ‘가짜’ 봇물

2025-11-07 (금) 12:00:00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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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 사기광고로 막대한 수익

▶ 작년 160억 달러 달해
▶ 전체 매출의 10% 해당
▶ “사기광고 하루 150억건”

전 세계적 온라인 플랫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 메타(Meta)가 사기 광고와 불법 상품 광고를 통해 막대한 돈을 벌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로이터통신이 최근 입수해 단독 보도한 다수의 내부 문서에 따르면 메타는 지난 2024년 전체 매출의 약 10%에 해당하는 160억 달러가 사기 광고·불법 상품 광고에서 나온 것이라고 내부적으로 추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메타는 자사 플랫폼이 매일 이용자에게 노출하는 ‘고위험(high-risk)’ 사기 광고가 하루 150억건에 달한다는 추정치를 이미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21년부터 올해까지의 문서를 기반으로 한 이번 보도는 메타가 수년째 투자 사기, 불법 온라인 도박, 기망적인 전자상거래 등 각종 사기성 광고의 폭증을 막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문서에 따르면 메타는 자사 자동화 시스템이 특정 광고주가 사기 행위자일 가능성을 95% 이상 확신할 경우에만 광고주를 차단한다. 그 이하 구간 즉 ‘사기 가능성 높음’으로 분류되지만 95% 미만 확률인 경우, 메타는 광고 금지 대신 오히려 광고비를 더 비싸게 책정하는 제도를 적용했다.

문서는 또한 메타의 광고 개인화 모델이 문제를 키운다는 점도 지적한다. 이용자가 사기 광고를 한 번 클릭하면 그 다음부터는 시스템이 해당 이용자에게 더 많은 사기 광고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타겟팅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메타의 앤디 스톤 대변인은 로이터에 보낸 성명에서 “이번 문서들은 메타의 사기·사기 광고 대응 방식을 왜곡한 선택적 인용”이라고 주장했다. 스톤은 10.1%라는 매출 기여 추정치는 과도하게 포함된 수치라면서 실제는 더 낮다고 반박했지만, 구체적인 새로운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또 “지난 18개월 동안 메타는 전 세계 사기 광고에 대한 이용자 신고가 58% 감소했다”고 주장하며 “2025년에만 1억3,400만개 이상의 사기 광고 콘텐츠를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부 문서를 보면 메타는 최소한 회사 내부에서는 사기 광고 단속의 법적·재정적 트레이드오프를 정량화해 왔다. 예컨대 2024년 11월 작성된 한 문서는 6개월마다 ‘법적 위험이 더 높은’ 광고에서 얻는 35억 달러의 매출은 향후 사기 광고 관련 규제 합의로 인해 지출할 비용(최대 10억 달러)보다 거의 확실히 크다고 적시했다. 다른 문서에서는 회사 리더십이 “규제가 다가올 때만 대응한다”고 명시돼 있었는데 스톤 대변인은 이 역시 부인했다. 메타 내부 조사 결과도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다. 2025년 4월 실시된 내부 검토 보고서는 “메타 플랫폼에서 사기 광고를 집행하는 것이 구글보다 더 쉽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로이터는 전했다.

이용자 피해 신고 처리도 사실상 붕괴돼왔던 것으로 보인다. 2023년 기준 메타의 안전 담당자들은 매주 유효한 사기 관련 신고 10만건 가운데 96%가 무시되거나 잘못 기각되고 있다고 내부 추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 사례로 캐나다 공군(RCAF) 신병 모집 담당자의 페이스북 계정이 해킹돼 한 달 동안 암호화폐 사기 광고에 사용됐지만, 이에 대해 당사자와 동료들이 100번 넘게 신고했음에도 계정은 계속 살아 있었다. 동료 중 한 명인 마이크 라버리는 약 4만 캐나다 달러(미화 약 2만8,000달러)를 잃었다. 그는 로이터에 “나는 믿을 수 있는 지인과 대화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경계를 풀었다”고 말했다.

이번 폭로는 메타가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금융 사기 관련 조사 등 각종 규제 압박에 직면한 가운데 나왔다.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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