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조란 맘다니 “임대료 동결”을 외치며 겨울바다에 뛰어들다 [특파원 시선] 조란 맘다니 “임대료 동결”을 외치며 겨울바다에 뛰어들다](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25/11/01/20251101175843691.JPG)
버스 안에서 무상 버스 공약 설명하는 맘다니 후보 [로이터]
해마다 1월 1일이 되면 뉴욕 브루클린 남단의 코니아일랜드 해변에선 갖가지 의상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겨울바다에 뛰어드는 이색 행사가 열린다.
11개월 전 열린 올해 행사에서 정장을 입은 한 남성이 나타나 "아임 프리징"(I'm freezing·얼어 죽겠다)이라고 외쳤다. 그는 곧이어 "유어 렌트"(your rent·당신의 임대료)라고 소리치며 차가운 바닷물에 뛰어들었다.
두 말을 연결하면 "당신의 임대료를 제가 동결하겠습니다"라는 뜻이 된다. 이 영상은 틱톡,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퍼졌다.
사실상 무명에 가까웠던 뉴욕주의회 의원 조란 맘다니(34)는 그렇게 몸으로 '임대료 동결'을 외치며 미국 정치무대에 강렬하게 등장했다.
현 상황에서 맘다니는 이변이 없는 한 선거일인 11월 4일이 지나면 새 뉴욕시장으로 당선될 확률이 매우 높다.
가장 최근인 10월 24∼28일 실시된 폭스뉴스 여론조사를 보면 맘다니는 무소속인 앤드루 쿠오모와 지지율 격차를 16%포인트 벌리고 선두를 유지했다.
맘다니의 모친은 유명 영화감독 미야 나이어(68)다. 칸영화제에서 두 차례, 베니스영화제에서 네 차례 상을 받았다. 일정 연령대 이상의 인도 사람이라면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한다.
맘다니의 부친인 마무드 맘다니(79)는 저명한 정치학 교수다. 두 사람 모두 하버드대를 졸업했다.
맘다니처럼 인도계 무슬림인 한 40대 이민자는 그를 지지한다면서도 맘다니를 두고 "이민자의 힘든 삶이란 게 어떤 것인지 제대로 겪어본 적 없는 엘리트 집안 자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맘다니를 향한 이중적인 감정이 묻어났다.
맘다니의 공약은 실현 가능성 논란과 함께 포퓰리즘·좌편향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다만, 그의 공약이 뉴욕시 시정 역사에서 완전히 새롭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임대료 동결 공약이 대표적이다. 직전 뉴욕시장을 지낸 빌 더블라지오 전 시장 역시 임대료 동결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실제로 실행에 옮겼다.
뉴욕시는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에 대한 임대료 상승률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데, 뉴욕시 전체 임대주택의 절반가량인 약 100만채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거주 인구는 약 200만명 수준이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2015∼2016년, 그리고 팬데믹 시기인 2020년 임대료를 동결해 공약을 지켰다.
'무상 버스' 공약 역시 비슷한 전례가 있다. 현재 '반(反) 맘다니' 진영의 가장 큰 후원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지난 2009년 3선에 도전할 때 일부 노선 무상 버스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그는 맨해튼을 횡단하는 시내버스 노선들을 무상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했는데, 무상 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은 크지 않은 반면 버스 운행 속도가 빨라짐으로써 얻는 이득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다만, 실제로 실현되지는 않았다.
이후 뉴욕시는 주의회 의원이던 맘다니의 주도로 지난 2023년부터 1년간 시내버스 5개 노선을 무상으로 운행하는 정책 실험을 한 바 있다.
맘다니는 무상 버스 정책의 혜택이 정책 비용(매년 약 8억 달러 추산)보다 더 크다고 주장한다. 비용만 보자면 실현에 큰 문제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시정감시단체인 뉴욕 시민예산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기준 뉴욕시 버스의 무임 승차율은 43%에 달한다. 이마저도 작년(49%)보다는 낮아진 수준이다.
'무상 보육'의 경우 전임 더블라지오 시장 때부터 후임인 에릭 애덤스 현 시장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인 확대를 추진해온 영역이다.
2014년 4세 대상 전면 무상 보육이 도입됐고, 현재 지역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3세로 대상이 확대됐다. 맘다니는 무상보육 대상을 생후 6주 이상으로 전면 확대한다는 공약을 내놨다.
다만, 무상 보육 확대는 영유아 가정을 둔 뉴욕 시민들이 간절히 원하는 정책이지만, 동시에 맘다니 공약 중 가장 돈이 많이 드는 정책이기도 하다. 따라서 실현 가능성도 가장 불투명하다.
맘다니는 무상 보육 공약 실현에 연간 약 60억 달러(약 8조6천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한다. 이를 부유층 증세와 주(州) 법인세 인상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1월 뉴욕시 감사관실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생후 18∼24개월 영유아의 평균 연간 보육비는 2만3천400달러(약 3천350만원·센터 기준)에 달한다. 보육비는 2019년 이후 5년간 무려 43%나 급증했다. 일부 지역은 민간 어린이집 월 보육료가 3천 달러(약 430만원)를 넘어서기도 한다.
맘다니 지지자들은 그가 거액의 정치후원금을 내는 부유층과 부동산업자가 아닌 다수 뉴욕시민을 진정하게 대변하는 정치인이라며 열광한다.
어떤 이들은 그가 매우 똑똑하고 에너지가 넘치며 열린 자세를 가지고 있다고 호감을 가진다.
어떤 이들은 그가 성소수자(LGBTQ+)와 이민자 권리를 옹호하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을 멈추라고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을 지지한다.
반면 맘다니의 반대자들은 그가 극단적으로 좌편향됐다고 걱정한다. 어떤 이들은 그가 반(反) 유대주의자라고 규탄한다.
다른 이들은 그가 SNS 이목 끌기에 능할 뿐 미국 최대 도시를 이끌기엔 경험과 경륜이 부족하다고 우려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라고 부르며 그가 당선되면 연방 자금을 뉴욕시에 지원하지 않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맘다니의 부상은 양극화된 미국 정치 상황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하다. 그가 시장으로 당선되면 지지자와 반대자 간 간극은 더욱 벌어질지도 모른다.
혹자는 "트럼프가 맘다니를 키웠다"라고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보수 일색의 정책을 펼치지 않았자면 맘다니가 지금처럼 주목받지 않았을 것이란 설명인데, 기자가 만난 대부분 뉴요커들이 이런 시각에 공감을 표했다.
맘다니의 부상 이면에는 현 미국 민주당 주류층의 무력한 모습에 대한 실망감도 함께 묻어 있는 듯하다.
사석에서 만난 한 50대 맨해튼 거주 남성은 "맘다니는 한 마디로 뉴욕시장 자격이 안 된다. 그에게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라면서도 "하지만 맘다니가 돼야 (미국) 민주당도 정신을 차릴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