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타운 경기 현주소
▶ 3분기 567건, 24% 감소
▶ 팬데믹 이전 절반 수준
▶ 임대료·노동비용 상승에 소비 위축까지 ‘3중고’

LA 한인타운 윌셔 블러버드의 한 샤핑몰 건물의 일부 유닛들이 수년째 비즈니스가 입주하지 않은 채 폐쇄돼 있다. [박상혁 기자]
미국 경기 둔화 여파가 LA 한인타운에도 본격적으로 미치고 있다. 통계 전문기관 ‘크로스타운’이 LA시 재무국의 비즈니스 등록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3분기(7~9월) 한인타운 내 신규 비즈니스 등록 건수는 56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44건)보다 23.8% 줄었으며,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동기(1,138건)에 비하면 무려 50.2% 감소한 수치다.
이 같은 흐름은 LA 전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3분기 LA시 전체 신규 비즈니스 등록 건수는 5,846건으로, 최근 2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치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직후나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도 더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10여 년간 이어진 하락세가 올해 들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며 지역 경제의 구조적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한인타운은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임대료 급등·소비 위축·노동비용 상승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했다. 특히 LA시는 인근 글렌데일이나 버뱅크와 달리 여전히 총매출세(Gross Receipts Tax)를 부과하고 있어,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여기에 경기 둔화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고, 원격근무 확산으로 유동 인구가 줄면서 매출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한인타운 내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몇 달 사이 신규 리스 문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공실이 늘어도 임대료가 높게 유지돼 창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기존 상가마다 빈 점포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특히 윌셔, 웨스턴, 6가 일대에 집중된 신축 주상복합 아파트의 경우 입주율이 사실상 0%에 가까운 실정이다.
이 같은 침체는 한인타운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때 유동인구로 붐비던 페어팩스, 멜로즈, 베벌리 일대 상권 역시 빈 점포가 속출하며 활력을 잃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을 단기 경기순환이 아닌 구조적 변화의 결과로 본다. 오프라인 중심의 전통 상권이 온라인 유통과 배달 서비스 확산에 밀리면서, 도심형 소매업의 경제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식업, 미용업, 서비스업 등 한인타운 주력 업종은 인건비와 원가 상승에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LA 한인타운에 식당을 오픈하려다 포기했다는 김모씨는 “한인타운은 여전히 남가주 최대의 한인 경제 중심지이지만,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상권 구조의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한인타운 경기 침체를 완화하려면 소상공인 세제 완화, 상권 활성화 정책, 공공·민간 협력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지역 주민들의 소비가 지역 경제를 살리는 힘”이라며, 로컬 비즈니스 이용 활성화 캠페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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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