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베골프채 선물·노벨상 추천…日, 트럼프 맞춤형 ‘오모테나시’

2025-10-27 (월) 09:53:27
크게 작게

▶ 다카이치 취임 7일만에 정상회담…아베처럼 극진 환대로 마음사기

▶ ‘수입 예정’ 포드 트럭 회담장 밖 전시…내년 독립기념일엔 벚나무 선물
▶ 다카이치, 동선 안내하며 트럼프 등에 손…트럼프 “매우 강한 악수였다” 칭찬

아베골프채 선물·노벨상 추천…日, 트럼프 맞춤형 ‘오모테나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다카이치 일본 총리 [로이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취임 7일 만에 성사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노벨평화상 등 '트럼프 맞춤형' 카드를 총동원해 환심 사기에 나섰다.

방위비 증액, 관세 합의에 따른 대미 투자 등과 관련해 미국의 압박을 받는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얻고 친분을 구축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28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처음 대면한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양국 동맹 관계를 강조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AP통신, 로이터통신 등 외신과 현지 매체에 따르면 처음 만나 악수를 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첫 여성 총리인 다카이치에게 "매우 강한 악수였다"고 칭찬을 건넸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진행 중이던 미국 월드시리즈 3차전 LA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야구 경기 이야기를 꺼내며 분위기를 풀어갔다.

또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내년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 벚나무 250그루를 워싱턴DC에 선물하고, 같은 날 일본 아키타현에서는 불꽃놀이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동선을 안내하며 등에 손을 얹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회담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1기 행정부 당시 골프를 매개로 친분을 다지며 강력한 유대 관계를 맺은 아베 전 총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 총리가 내게 당신(트럼프 대통령)의 역동적인 외교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리는 2022년 7월 총격 사건으로 사망한 아베 전 총리의 정책 노선을 계승한 '아베 후계자'를 자처한다.


아베 전 총리 통역으로 활동했으며 과거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작은 총리'로 불린 것으로 알려진 다카오 스나오 외무성 일미지위협정실장이 이날 통역을 맡는 등 2019년 5월 트럼프 대통령 일본 국빈 방문 당시 근무한 직원들도 대거 동원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골프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 금박 기술을 활용한 '황금 골프공'과 함께 아베 전 총리가 사용했던 골프 장비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전 총리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을 맞추고 칭찬하며 극진히 대접하는 '오모테나시' 전략으로 각별한 관계를 맺었다.

오모테나시는 일본에서 손님을 성심성의껏 대접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일본 특유의 환대를 뜻한다.

심지어 아베 전 총리와 정적인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도 지난 2월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 비위를 맞추는 찬사와 함께 아베 전 총리의 오모테나시 전략을 구사해 회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 계획을 밝힌 것도 트럼프 대통령을 흡족하게 한 '선물' 중 하나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겠다는 뜻을 직접 전할 예정이라고 일본 매체가 회담에 앞서 밝혔고, 백악관이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들어 전 세계에서 8개 전쟁이 자신의 중재로 종식됐다고 주장하면서 노벨평화상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가 첫 일본 여성 총리라는 점에 대해 "대단하다"고 말했고, "우리는 가장 강력한 수준의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정상회담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방에게 공개적으로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다카이치 총리에게는 칭찬 일색이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날 회담장 외부에는 미국 포드의 픽업트럭 F-150과 미국에서 생산된 도요타 자동차가 전시됐다.

일본 정부가 포드 F-150 트럭 100대를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보고 실감할 수 있도록 강조한 셈이다.

이밖에 도쿄 명소인 도쿄타워, 스카이트리, 도쿄도 청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을 맞아 28일까지 성조기 색상인 빨간색, 파란색, 흰색 조명을 밝힌다.

<연합뉴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