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美中, 뽑은칼 칼집에 넣나…양정상 부산서 ‘확전자제’ 합의할듯

2025-10-26 (일) 12:3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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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시 회담 의제협상후 美재무, 희토류 통제-추가관세 보류 예상

▶ ‘최대난제’서 한숨돌린 트럼프, 한미무역합의 도출 압력 강화 가능성

美中, 뽑은칼 칼집에 넣나…양정상 부산서 ‘확전자제’ 합의할듯

트럼프와 시진핑 [로이터]

미국과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중국)와 대중국 100% 추가 관세(미국)를 서로 부과하는 '파국'은 일단 피할 가능성이 커졌다.

오는 30일(한국시간) 부산에서 미중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인 가운데,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각각 이끄는 양측 대표단이 25∼26일(이하 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회담에서 개략적인 합의를 도출하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동행 중인 베선트 장관은 26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1년간 유예될 것으로 믿는다면서 미국도 중국에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같은 날 "양국은 미국의 중국 해사·물류·조선업에 대한 (무역법) 301조 조치와 상호 관세 중단 기간 연장, (합성 마약) 펜타닐 관세와 법 집행 협력, 농산물 무역, 수출 통제 등 양국이 함께 관심을 가진 중요 경제·무역 문제에 관해 솔직하고 심도 있으며 건설성이 풍부한 교류·협상을 했다"며 "각자의 우려를 해결하는 계획(安排)에 관해 기본적 합의를 이뤘다"고 보도했다.

이는 결국 미중이 이달 들어 상대에게 새롭게 빼든 '칼'(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및 미국의 대중국 100% 추가 관세)을 칼집으로 도로 집어넣는 데 뜻을 같이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11월 중순이면 기한이 만료되는, 상호 초고율 관세 유예를 재연장하는 문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미중이 양국은 물론 전 세계에 큰 타격을 줄 관세-무역 전쟁을 재개해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일치를 본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초고율 관세 유예 역시 다시 연장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결국 30일 부산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열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트럼프 2기 첫 대면 정상회담은 첨예한 양국 갈등과 경쟁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되, 파국을 부를 수 있는 '확전'은 피하는 데 뜻을 같이하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또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 문제, 중국산 펜타닐(합성마약의 일종) 원료 밀수출 통제 강화 등 미국의 관심사들과, 미국의 수출통제 대상이 된 중국 기업의 자회사까지 수출통제 대상으로 간주하는 문제를 비롯한 중국의 관심사들에 대해서도 일정한 합의가 도출될지 주목되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베선트 장관은 "미국 농부들을 위한 (중국의) 대규모 (미국산) 농산물 구매에 대해서도 (허리펑 중국 부총리 등과) 합의했다"며 "중국이 미국을 황폐화하는 펜타닐 원료물질 문제 해결을 돕기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양측이 타협점을 찾는 쪽을 택한 것은 미중 무역 갈등의 '확전'이 가져올 파국적 결과는 피해야 한다는 데 양측의 이해가 일치한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일격을 당한 미국은 서둘러 호주, 일본 등과의 협력을 통해 대체 공급선을 만들려 하고 있지만 2029년 1월까지인 트럼프 대통령 임기 안에 중국을 배제한 희토류 공급망을 완전하게 구축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희토류 문제에 관한 한 '시간과의 승부'가 유리하지 않은 셈이다.

또 중국과 다시 한번 100% 이상의 초고율 관세로 상호 대치하는 상황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최근 밝힌 바 있다. 미국의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중국도 이미 미국의 대중국 관세 인상으로 인해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관세로 대미 수출이 전면 차단되는 상황은 자국 경제에 부담일 수밖에 없고, 아직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첨단기술 경쟁에서 미중 간 격차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대중국 기술 통제를 확대할 빌미를 주는 것은 '득책'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동아시아 순방의 사실상 마지막 이벤트이자 하이라이트인 미중정상회담에서 이뤄질 '현상 유지' 합의를 자신의 '승리'로 대대적으로 홍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으로선 최대 난제인 미중협상에서 한숨 돌리게 된 만큼 또 하나의 난제인 한미 무역협상에 좀 더 집중하게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미중정상회담 하루 앞서 열릴 29일 한미정상회담에서 3천500억 달러(약 500조원) 규모 대미투자를 포함하는 한미 무역 합의를 타결하려는 미국 측의 막판 압력은 더 강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면서 전용기(에어포스원) 안에서 기자들과 가진 약식 회견에서 '이번 방문에서 한국과 관세 협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타결(being finalized)에 매우 가깝다"며 "그들이 (타결할) 준비가 된다면, 나는 준비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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