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약밀매 차단’ 미군공격 생존자 본국서 석방… “혐의 없어”

2025-10-21 (화) 05: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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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명 중 다른 1명은 중태… “트럼프 군사작전 정당성에 의구심”

마약 밀매 차단을 목표로 내세운 미군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2명 중 1명이 모국으로 송환된 직후 "마약 관련 혐의를 찾을 수 없다"는 현지 당국 판단에 따라 석방됐다.

에콰도르 검찰청은 "미군에 의해 구금됐다가 귀국 조처된 안드레스 페르난도 투피뇨는 현재 자유롭게 풀려난 상태"라며 "그의 범죄 혐의와 관련해 우리에게 접수된 신고나 그를 상대로 법적 절차를 밟을 만한 범행 정황이 없다"라고 21일 밝혔다.

41살의 투피뇨는 최근 카리브해에서 수행된 미군의 선박 공격을 받고 생존한 2명의 남성 중 1명이다.


그는 미군에 의해 구금됐다가 모국으로 송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생존자들과 관련해 "구금과 기소를 위해 출신국으로 보낼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정작 '미국 우방' 에콰도르 당국은 그에게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형태의 영어 메시지에서 "에콰도르는 마약 밀매라는 글로벌 전쟁에서 확고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역내 자유와 번영을 수호하며 함께 싸우겠다는 우리의 약속은 확고하다"고 피력했다.

또 다른 생존자는 34살의 헤이스 오반도 페레스로, 그 역시 모국 콜롬비아로 돌아왔다고 현지 일간 엘에스펙타도르는 보도했다.

페레스는 그러나 뇌 손상을 입은 채 인공호흡기를 착용하고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콜롬비아 당국은 페레스를 상대로 마약 혐의 등 강제 수사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그의 몸 상태를 고려해 아직 별다른 조사를 하지는 않았다고 현지 방송인 블루라디오는 보도했다.

최근 수개월 새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 관계를 노출한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카리브해로의 미군 진출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온 남미 정상이다.


그는 이전의 미군 공격에 대해 엑스에 "마약 밀매 차단과 무관하다", "엔진 고장으로 표류하던 선박을 목표 삼아 무고한 어부가 살해됐다", "미국 정부가 우리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등으로 성토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마약 운반선"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 외에 실제 해당 선박 승선자들의 범죄 혐의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미국 당국이 공습 정당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한편 콜롬비아 반군인 '민족해방군'(ELN)은 미국에 의해 격침된 선박과 어떠한 형태로도 관련돼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앞서 지난 17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미군이 콜롬비아 ELN 선박을 침몰시켰다"고 주장한 바 있다. 페트로 대통령은 해당 선박을 "소박하게 사는 한 가족의 소유"라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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