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매체 “빈손 귀국하면 ‘미국 왜 갔나’ 비판받을 것”
▶ 유럽도 실망…친러 헝가리서 미러 회담 “정치적 악몽”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토마호크 미사일 지원 여부를 확답하지 않았다며 미련을 드러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 방송된 NBC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노'라고 하지 않은 건 다행이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예스'라고 하지도 않았다"며 "푸틴은 미국이 우리에게 토마호크를 주고, 우리가 그걸 사용할까 봐 정말로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드론만으로는 작전이 어렵다"며 "장거리 토마호크 미사일이 필요하다. 미국은 러시아가 하는 것처럼 복합 공격에 필요한 무기를 갖고 있다"며 토마호크를 거듭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사거리 2천500㎞인 토마호크를 지원할 가능성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에서 토마호크 공급에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젤렌스키는 백악관 회담 사흘 전 율리아 스리비덴코 총리 등을 먼저 미국에 보내 무기지원을 조율하는 등 토마호크를 얻어내려고 애썼다. 그러나 트럼프가 젤렌스키를 만나기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하고 미·러 정상회담을 열기로 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젤렌스키는 트럼프의 가자지구 휴전 중재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할 동력이라며 아첨 전략도 폈으나 먹히지 않았다. 트럼프는 토마호크 이외 다른 무기를 주겠다는 약속도 하지 않았다. NBC는 "토마호크에 대한 합의 없이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면 비판자들은 미국에 도대체 왜 갔느냐고 따질 것"이라고 전했다.
젤렌스키는 트럼프와 푸틴의 종전 담판에도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푸틴은 트럼프와 통화에서 현재 4분의3 정도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를 전부 넘겨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젤렌스키는 NBC에 "우리는 지금 위치(전선)를 지켜야 하며 푸틴에게 추가로 무언가를 내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요청을 받으면 부다페스트 회담에 합류할 수 있다면서도 "푸틴이 이 전쟁을 끝낼 준비가 됐는지는 확신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엑스(X·옛 트위터)에도 글을 올려 "말로는 푸틴을 멈출 수 없고 압박이 필요하다. 세계는 러시아가 힘에 반응하는 걸 보고 있다. 이는 힘을 통한 평화가 작동할 수 있음을 뜻한다"며 "테러리스트들의 범죄에 어떤 보상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파트너들이 이 입장을 철저히 지켜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동안 푸틴을 압박하던 트럼프가 입장을 바꾸자 유럽 정가는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번 방문은 젤렌스키가 바란 대로 되지 않았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유럽 정상들은 그동안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 등 트럼프의 종전 노력에 감사하다고 거듭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이번에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푸틴을 따로 만나기로 하자 별다른 감사 표시 없이 떨떠름한 분위기다. 친러시아 성향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 유럽 국가를 배제한 채 진행되는 미국과 러시아의 종전 논의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EU가 부다페스트 회담을 '정치적 악몽'으로 여긴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유럽 외교관은 "회담 장소는 신중하게 선택됐다. 러시아를 둘러싼 EU의 분열을 심화하고 러시아에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헝가리는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와 유럽 지원국에 대립각을 더 세웠다.
시야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무장관은 지난 17일 폴란드 법원의 노르트스트림 폭파범 석방 결정을 두고 "폴란드에 따르면 마음에 들지 않는 유럽 내 인프라를 폭파해도 된다. 테러 공격에 사전 허가를 내준 셈"이라며 "유럽 법치주의가 이 지경이 됐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2022년 9월 자국과 유럽 사이 노르트스트림 해저가스관을 폭파한 우크라이나 국적자들을 빨리 수사하고 결과를 공개하라고 유럽을 압박해 왔다.
시야르토 장관은 지난달 젤렌스키가 헝가리 정찰드론의 영공 침범 의혹을 제기하자 "젤렌스키 대통령이 반헝가리 강박으로 실성하고 있다. 그는 이제 헛것을 보기 시작했다"고 면박을 준 바 있다. 두 나라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의 친러시아 정책뿐 아니라 접경지역 민족 갈등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