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 안보리에 ‘미 공격 불법 규정’ 요청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마약선 타격에 맞서 카리브해 연안에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언급해온 수백만 명 규모 민병대를 동원, 베네수엘라는 1980년대 이후 카리브해 내 최대 규모 미군 증강에 맞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최근 베네수엘라 국영 매체에서는 미국 침공을 막기 위해 베네수엘라 군대 '볼리바르 국가 무장군'(FANB)을 카리브해에 배치 중이라는 메시지를 타전하고 있다.
공개된 훈련 영상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민병대 대원들이 장애물 코스를 돌고 철조망 아래를 기어 지나며 소총을 쏘는 모습, 러시아제 전투기들이 하늘을 가르며 비행하는 장면 등이 나온다.
미국은 마약 밀매를 차단하겠다며 폭격기를 카리브해에 배치하고 이곳을 지나는 '마약 운반선'을 격침하며 베네수엘라를 겨냥한 공세 수위를 높여왔다.
지난 15일에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베네수엘라 내 비밀 작전 수행을 승인한 데 이어 카리브해 인근에 공군 B-52 전략폭격기 등 군 자산을 집결시키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군사 행동에 대응해 마두로 대통령은 주변에 군 인사를 배치하고 총동원 명령을 내렸다. 민병대 기반을 다지기 위해 자국 원주민 공동체에서 병사를 모집하라는 지시도 했다.
그러나 현재 베네수엘라 군대는 예산도 부족하고 훈련도 미흡해 미군 화력에 대적하기에는 역부족이며, 미군의 어떤 행동에도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WSJ은 짚었다.
미국으로 망명한 베네수엘라의 한 전직 고위 장성은 WSJ에 "카리브해 연안에 배치된 것으로 보이는 병력도 이미 인근 수비 기지에 있던 병력인데, 이들의 사기 저하가 심각하고 훈련도 부실하다"며 "마두로 정권은 8월 이후 실질적인 병력 이동을 단행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편 베네수엘라는 카리브해 자국 해역에서 발생한 미군의 공격이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베네수엘라 주권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달라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요청했다고 로이터통신은 16일 보도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관련 서한에 따르면 사무엘 몬카다 유엔 주재 베네수엘라 대사는 "미국이 국제 해역을 항해 중인 민간 선박을 공격해 최소 27명을 살해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격의 불법적 성격을 규명할 조사를 하고, 베네수엘라를 포함한 모든 국가의 주권, 정치적 독립, 영토 보전의 원칙을 무조건 존중한다는 성명을 채택해달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