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상시한 설정하기보다는 내용에 초점…경주 APEC 기회 살리도록 노력”
▶ “대미투자금 3천500억불 한국입장 美도 이해…건설적 대안 모색 단계”

(워싱턴=연합뉴스) =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15일 워싱턴 인근 로널드레이건 공항에 도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한미 무역협상을 위해 15일 워싱턴을 찾은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간 협상에 "진전이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여 본부장은 이날 경유지인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워싱턴 인근 로널드레이건 공항에 도착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번주 자신을 포함한 정부 유관 부처 수장들이 "총출동(동시에 방미)해 최선을 다해보자고 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여 본부장 외에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워싱턴을 방문 중이며,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워싱턴을 찾아 미측과 협상을 벌인다.
여 본부장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열흘안에 합의가 도출될 수 있음을 시사한데 대해 "국익에 가장 부합한 결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위적인 데드라인(협상의 타결 목표 시점)을 생각하기보다는 내용과 실질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31일 경주에서 개막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한미 정상이 만날 것으로 보이는 데 대해 "APEC이 하나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그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무역협상의 핵심 쟁점인 3천500억 달러(약 500조원)의 대미 투자 펀드 문제와 관련, "한국이 일본과 다르다는 부분과, 외환 부분에서의 부담 등을 우리가 계속 설득해왔고, 그 부분에 대해 이제 미국도 이해를 하면서 건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단계"라고 소개했다.
여 본부장은 천문학적 대미 투자금 지출시 한국 외환 보유고의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미국이 원화 계좌를 개설해 투자금을 받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그런 부분은 협상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구체적 내용을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여 본부장은 이번주 이뤄질 한미 무역협상의 형태에 대해 "협상의 내용상 여러 분야가 관련되어 있다"며 "금융, 통상, 재무, 산업라인 등이 (각각) 협상을 진행해왔고, 이번주에 워싱턴 DC에 모여서 총력전을 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미는 지난 7월 30일 큰 틀에서 타결한 관세협상에서 미국이 예고한 대(對)한국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이 총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시행하는 등의 내용에 합의했지만, 대미 투자의 이행 방안을 놓고 이견을 보여왔다.
한국은 3천500억달러 중 직접 현금을 내놓는 지분 투자(equity)는 5% 정도로 하고 대부분 직접 현금 이동이 없는 보증(credit guarantees)으로 하되 나머지 일부를 대출(loans)로 채우려는 구상이었지만, 미국은 앞서 일본과 합의처럼 '투자 백지수표'를 요구했다.
이후 한국 정부는 ▲ 무제한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 합리적 수준의 직접 투자 비중 ▲ '상업적 합리성' 차원에서의 투자처 선정 관여권 보장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듯 한 상황 속에 이날 한미 고위 관계자들로부터 협상에 진전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언급이 나왔다.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 약속과 관련한 이견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연합뉴스 특파원의 질문에 "난 이견들이 해소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우리는 현재 대화하고 있으며, 난 향후 10일 내로 무엇인가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CNBC방송 대담에서도 "우리는 한국과 (무역협상을) 마무리하려는 참이다(we are about to finish up with Korea)"라고 말했다.
이날 여 본부장에 앞서 방미한 구윤철 부총리는 입국 직후 취재진과 만나 "(양측이) 계속 빠른 속도로 서로 조율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