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차도 노벨평화상’… 베네수 민주화 촉매? 정치 탄압 빌미?

2025-10-14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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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과 둘러싸고 회의론

▶ 중동·중국 등 변화 없이 정권 탄압만 심화 사례

‘마차도 노벨평화상’… 베네수 민주화 촉매? 정치 탄압 빌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왼쪽),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로이터]

니콜라스 마두로(사진 왼쪽부터·로이터)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맞서온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자 베네수엘라 민주화 발전의 촉매가 될 거라는 기대가 나오지만, 정작 정권의 탄압만 강화되면 정국 혼란만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마차도가 자국에 대한 외국의 군사 개입을 촉구했던 터여서, 그의 노벨상 수상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정권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데 동원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12일 많은 전문가들이 마차도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베네수엘라의 민주화에 촉매가 될 것이라는 기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차도의 수상이 발표되자 국제사회에서는 마두로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에 변화가 올 것이라는 기대가 쏟아졌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0일 엑스(X)에 “자유의 정신만큼은 갇힐 수 없으며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이 언제나 승리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며 “투쟁은 계속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반정부 인사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해도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던 사례를 근거로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데이빗 스밀데 툴레인대 교수는 “노벨평화상이 분명 베네수엘라 내 갈등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더 끌어내고 아마 이를 해결하려는 결의를 더 불러일으킬 것”이라면서도 “이전 노벨상 수상자들의 사례로 볼 때 근본적이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1994년 이츠하크 라빈,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지도자의 노벨 평화상 공동 수상이 중동 분쟁과 관련해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로널드 크렙스 미네소타대학 정치학과 교수도 “권위주의 국가에서 정치적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수여된 노벨 평화상이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면서 이 상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매우 의문스럽다”라고 말했다. 이어 노벨 평화상이 “더 큰 열의로 나설 수 있도록 인권운동가들을 고무시킬 수 있겠지만 동시에 권위주의 정권에는 더욱 억압할 동기를 준다”고 지적했다.

실제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마차도를 겨냥해 “악마 같은 마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날 아메리카대륙 발견 기념행사에서 “국민의 90%가 외세의 침략을 선동한, 악마 같은 마녀를 거부한다”며 “우리는 평화를 원하지만 자유와 주권이 있는 평화가 필요하다”고 반발했다. 마차도는 베네수엘라에 외국의 군사 개입을 촉구해왔다. 그는 지난 2019년 마두로 대통령 정부를 전복하려는 군사 쿠데타가 실패하자, “더 높은 단계로 움직일” 때라고 주장했다.

마차도는 최근에는 베네수엘라의 국제 범죄조직인 ‘트렌 데 아라과’가 미국에 대한 침공을 시작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도 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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