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개국 ‘가자 정상회의’ 개최
▶ 유럽·주변국 정상 대거 참석
▶ 트럼프 평화구상 국제지지 확인
▶ 하마스 ‘가자 재장악’ 건재 과시

가자지구 분쟁 휴전이 발효된 후인 12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 공격으로 초토화된 가자시티 샤티 난민캠프로 돌아가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13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휴전과 관련한 정상회의를 공동으로 주재하고 휴전 합의에 공식 서명한다. 20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이번 가자지구 평화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계획에 대한 국제적인 지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홍해 휴양지인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엘시시 대통령이 주재하는 가자 평화를 위한 정상회의가 13일 개최된다. 샤름엘셰이크는 앞서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 튀르키예가 중재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 협상이 열린 곳이기도 하다. 이집트 대통령실은 이번 회의에 대해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고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 안보와 안정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것”이라며 “20여 개 국가 정상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유럽 정상들이 대거 참석 의사를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등이 참석을 확정했으며,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 밖에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등 주변 아랍·이슬람 국가 정상들도 한데 모일 것으로 보인다. 영국 총리실은 “월요일 열릴 서명식은 2년간의 갈등과 유혈 사태 이후 이 지역의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자지구 평화 협상의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하마스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 양측은 이미 지난 9일 비공개 회담에서 가자지구 평화안 1단계에 서명을 마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정상회의는 실질적 의미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창한 평화 계획의 시작을 알리는 일종의 ‘이벤트’로서의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이번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평화 계획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추가로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여전히 전후 거버넌스와 안보 및 재건에 대한 어려운 합의는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1단계 휴전 협정에 따른 인질 교환은 정상회의 전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마스 고위 관리인 오사마 함단은 12일 AFP에 “서명된 합의에 따라 포로 교환은 월요일(13일) 아침 시작될 예정”이라고 확인했다. 하마스가 붙잡고 있는 이스라엘 생존 인질은 20명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스라엘에는 약 2,000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가 남아 있다.
다만 1단계 합의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더라도 이후 단계는 ‘가시밭길’에 가깝다. 올해 1월에도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휴전 협정을 맺었으나, 평화 협상 3단계 계획 중 첫 단계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면서 2개월 만에 이스라엘의 공격이 다시 시작됐다. 영국 BBC는 “여전히 가자지구의 통치 문제와 이스라엘군 철수 범위, 하마스 무장 해제, 국제 안정화군 문제 등 논의해야 할 문제가 많다”며 “세부 사항은 합의에 도달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철수한 가자지구 장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마스가 가자지구 내 다른 무장단체와 총격전을 벌이는 등 무력을 과시하면서, ‘하마스의 완전 무장 해제’를 전제 조건으로 하는 휴전 2단계 이행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 하마스가 검문소를 설치하고 민병대와 총격전을 주고받는 등 가자지구 내 통제권을 다시 확보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복면을 착용한 하마스 대원이 가자지구 각 지역에서 차량 수색을 통해 무기를 압수하고,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는 하마스와의 유혈 충돌을 피하기 위해 일부 민병대가 무기를 내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는 가자지구 내 병력 7,000명에 대한 소집령도 내렸다. 영국 BBC방송은 이날 하마스가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가자지구 내 무법자와 이스라엘 협력자를 정화해야 한다”며 전투원들에게 향후 24시간 이내에 재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스라엘 협력자에 대한 색출·구타도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