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텔 2나노 세계 첫 양산
▶ 축구장 17개 크기 클린룸 양압처리
▶ 3층 높이 레일에 AMHS 2,100대
▶ 3D패키징 등 차세대 공정기술 집약
애리조나 피닉스는 ‘불사조’라는 이름처럼 뜨거운 도시다. 섭씨 40도를 훌쩍 넘는 메마른 불볕이 내리쬐도 인텔 팹52 입장자에게는 선크림은커녕 로션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개인 물품 휴대도 금지며 필기조차 특수 제작된 방진 노트와 펜만 사용해야 한다. 미세한 분진이 2㎚(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18A ‘초미세’ 반도체에 치명적 결함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팹52에 발을 들이자 새 건물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난해 7월 높다란 크레인이 오가던 공사 현장이 이제는 완연한 생산 시설로 변했다. 클린룸에 들어가려면 우주복 같은 ‘버니슈트(방진복)’가 필수다. 에어샤워는 없다. 탈의실 문이 열리자마자 강풍이 몰려왔다. 먼지 유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축구장 17개 크기의 클린룸 전체를 양압한 탓이다.
인텔 관계자는 “클린룸은 10초마다 환기해 30㎤당 먼지가 10개 이하인 ‘클래스10’의 청정도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일반 대기의 청정도(클래스 300만)와 비교하면 경이적인 수치다.
클린룸 내부는 온 세상이 노란색과 연둣빛을 오갔다. 자외선에 민감한 감광액(포토레지스트)을 보호해 웨이퍼에 원치 않는 패턴이 새겨지지 않도록 ‘블루라이트’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노광·식각장비가 내뿜는 굉음 속, 3층 높이 천장에서는 자동화물류(AMHS) 차량이 고속으로 레일을 오가며 웨이퍼와 소재를 나르고 있었다. 인텔 관계자는 “팹52에서만 2,100대 차량이 각각 하루 145㎞ 거리를 이동한다”며 “대부분 공정이 자동화돼 실제 팹 내부에 상주하는 인력은 적다”고 귀띔했다.
초미세공정의 핵심은 네덜란드 ASML이 독점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장비다. 심자외선(DUV) 중심인 팹42를 지나 팹52에 들어서자 조명 색이 바뀌며 드넓은 공간에 대당 3,000억 원에 달하는 EUV 장비가 늘어서 있었다. 쉽게 접근 가능한 다른 장비와 달리 EUV 설치 공간은 철책으로 막혀 허가된 인원만 접근 가능했다.
인텔은 정확한 EUV 대수와 현 18A 수율 등 ‘영업비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그러나 기존 팹42보다 더욱 넓은 팹52 내 시야 끝까지 장비가 들어차 있었고 추가 설치 공간도 준비 중이었다.
인텔 관계자는 “팹52에 설치된 총 설비와 회선 길이가 9,000㎞에 달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피닉스까지의 거리와 비슷하다. 눈앞의 EUV는 13.5나노 파장으로 2나노 반도체를 그려낸다. 9,000㎞가 2나노의 4500조 배라는 생각이 떠오르자 현대 공학의 위대함에 전율이 몰려왔다.
인텔 18A는 ‘파운드리 복귀’를 기치로 내걸었던 팻 겔싱어 전임 최고경영자(CEO)가 2021년 발표한 ‘4년 내 5개 공정 돌입(5N4Y)’의 종착점이다. 막대한 투자에 따른 재정난으로 CEO가 교체되고 3나노급 20A를 포기하는 등 우려도 컸다. 립부 탄 CEO 취임 후에는 파운드리 매각설까지 나왔지만 결국 인텔은 TSMC와 삼성전자보다 앞서 미국 내 2나노 양산 목표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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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윤민혁 특파원>